한경협 “ESG 의무공시 2025년 시행 어려워…준비기간 충분히 가져야”

입력 2023-10-15 11:00 수정 2023-10-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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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부재ㆍ준비기간 촉박 등 어려움
“지원책ㆍESG 관리체계 수립 필요”

(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국내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공시 의무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계는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주요국 동향은 면밀히 살피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한국경제인협회는 ‘ESG 공시 의무화 조기 시행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ESG 공시의 조기 시행이 어려운 5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ESG 공시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제안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이상윤 한경협 CSR본부장은 “ESG 공시 의무화가 2025년에 시행되기 어려운 만큼 의무공시 도입 일정을 연기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제공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현재 ESG 공시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과 세부기준이 없어 막막해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ESG 공시 관련 애로사항으로 ‘모호한 공시 개념과 명확한 기준 부재’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업에 대한 과거 성과를 공시하는 재무제표와 달리 ESG 공시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영향을 보고하는 미래지향적 성격을 가진다. 이는 대부분 기업에 새로운 제도로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정확한 기준 마련이 필수다.

국내 기준은 물론 국내 ESG 공시 기준의 참고가 될 국제회계기준(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 번역본도 아직 나오기 전이어서 기업들은 공시 준비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 본부장은 “기후변화 등 시나리오에 따른 ESG 리스크 영향 측정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나 모델이 없다”며 “외부 전문업체별 리스크 분석 모델이 달라, 기업이 설명할 수 없는 부정확한 데이터를 공시하게 될 우려 또한 제기된다”고 했다.

공시기준이 당장 확정된다 해도 2025년 공시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5년 공시 시행 시 2024년 데이터를 취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적어도 1년 전에는 세부 공시 기준 발표가 필요하다.

공시를 위한 기업 내부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신뢰성 있는 ESG 공시를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나, 아직 기업의 ESG 관련 인력이 적고, ESG 전담부서 구성원의 업무 경력 기간이 짧아 전문성이 높지 않다. 또한, 전담부서뿐 아니라 재무ㆍ환경ㆍIR 등 유관 부서의 협업이 필요하지만, 대기업조차 전사적 준비를 최근에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겪을 수 있는 법률적 리스크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공시 의무화 시, 사후적으로 발생한 ESG 이슈로 기업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사전에 이루어진 ESG 관련 정보가 부실공시였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 소송 부담이 있다. 또한, 공시 범위가 기업 스스로 제어하기 힘든 사업장 밖의 영역(협력사 등)과 미래 예측에 따른 영향 등 광범위하여, 충분한 준비 없이 공시할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법률 리스크가 현저히 커진다.

한경협은 ESG 공시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공시 신뢰성을 높이고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연기하고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쟁국인 미국, 일본도 ESG 공시 의무화에 신중한 입장으로 선제적으로 국제기준을 도입하는 것보다 주요 국가들의 시행 시기를 고려한 후 국내 상황에 맞춰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시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의무화 전 기업의 자율적 공시를 독려하고, 의무화 시행 이후에도 시범 시행 및 면책 기간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자율공시와 면책 기간을 통해 시행착오를 정정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또한, 충분한 국내 검증인력과 기관을 마련해 검증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 차원에서는 자사의 중요 ESG 리스크를 선별ㆍ공시할 수 있도록 전사적 지속가능성 실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사지침 등을 참고해 전사적 실사체계를 만들고 ESG 리스크가 관리되도록 회사 장기전략 목표에 이를 반영하고 행동강령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본부장은 “지속가능 경영 확산을 위해 ESG 공시 확대 추진 방향은 공감하나, 제도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국내 여건에 맞는 ESG 공시제도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며 “시행착오를 줄이고 내실 있는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주요국 동향은 자세히 살피면서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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