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선 주말에 아프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돕니다. 서울 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고속도로를 하루 빨리 뚫어야 합니다. 경제적 이득보다 양평 주민들은 길이 뚫리는 것 자체에 안도하고 있습니다.”
4대째 경기 양평군에서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정부의 서울-양평고속도로(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 준비 움직임에 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외부 시선과 달리 양평군 주민들은 양평과 서울을 잇는 고속도로가 어디를 지나든 하루빨리 뚫렸으면 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지난 7월 정부의 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이투데이는 양평고속도로 대안 종점부인 양평군 강상면 일대를 찾아 분위기를 살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주 양평고속도로 사업 노선 원안(양서면안)과 대안(강상면안) 비용·편익 분석(BC값) 결과, 강상면을 통과하는 대안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놨다. 교통량과 BC값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은 만큼 국회의 판단을 기다린 뒤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날 만난 양평군 강상면 주민들은 국토부의 경제성 평가 발표 내용을 세부 내용까지 숙지하고 있었다. 정부가 원안 발표 이후 대안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은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강상면을 지나는 노선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강상면 사무소 인근 식당에서 만난 70대 여성 A씨는 “이곳(강상면)으로 종점이 지나면 하루에 6000대가 더 지날 수 있다고 하니 더 좋은 것 아니냐”며 “강상면을 통과하면 주민들도 크게 나쁠 게 없다. 잘했다”고 말했다.
다만 A씨 일행 70대 B씨는 “정부가 원안으로 발표했다가 대안으로 바꿨는데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것은 일 처리가 미숙한 것”이라며 “노선이 바뀌면서 다른 주민과 우리가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는 양평군민을 둘로 쪼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50대 자영업자 C씨는 “앞으로 양평고속도로가 개통되고 IC도 추가로 뚫리면 차량이 분산돼 서울로 가기 편할 것”이라며 “이동이 빨라지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경제적 이득에 대한 기대감은 없다”고 했다.
강상면 G공인중개 관계자는 “(BC값 발표 이후) 문의가 늘어나는 식의 큰 변화는 없다”며 “7월 취소 발표 이후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잠잠하다”고 일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속도로가 강서면으로 온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다”며 “양평 전체로 좋아지는 것이 핵심이다. 길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디든 똑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상면 일대와 대안 종점부 연결이 예정된 병산저수지 인근 도로변에는 ‘신 양평고속도로 IC 인근 아파트’라는 홍보 문구를 넣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7월 방문 당시 양평고속도로 원안과 대안을 놓고 찬성·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양평군 내 가득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인근 B공인중개 관계자는 “오히려 지금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폐업하는 부동산들이 늘고 있다”며 “고속도로 이슈보다 전체 경기가 안 좋은 것이 더 영향이 크다. (고속도로 이슈로) 문의하는 건은 한 통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원안 노선이 지날 예정이던 양서면 주민들은 대안의 경제성이 더 높게 나온 것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서면 청계2리 박구용 이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환경과 주민의 삶 등을 생각해 (결론지어) 좋다”며 “넓게 보면 다 같은 양평인 만큼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