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지역사회·공익 분야에 80% 쏠려
은행별 아이덴티티 드러낼 수 있는 차별화 필요
국내 은행들이 ‘이자 장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대부분 서민금융에만 쏠려 있어 각 사별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차별화된 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위원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017년 7417억 원, 2018년 9905억 원을 기록하다가 최근 4년 간 꾸준히 1조 원대를 유지 중이다. 2019년 1조1359억 원에서 2020년 1조929억 원, 2021년 1조617억 원, 2022년 1조1305억 원 등이다.
분야별로는 대부분 서민금융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기준 서민금융 비중이 41.4%(4678억 원)였다. 지자체 공익사업이나 취약계층 지원, 중소기업 근로자 지원 등 지역사회·공익 분야도 39.9%(4508억 원)를 차지했다. 대다수 사회공헌 지출이 이 두 분야에 치우쳐져 있는 셈이다.
사회공헌 지출액 1조 원이 적은 금액이 아닌데도 서민금융과 취약계층 지원에만 집중돼 있다 보니 은행별 사회공헌 활동이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사회공헌 활동 숫자만 늘리려다 보니 실질적인 사회공헌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경제연구소의 ‘해외 사례를 통해 본 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전문지 ‘유로머니’가 수여하는 우수 은행상 중 사회적 책임(CSR) 우수 은행에 선정된 은행들은 은행업을 넘어서는 확실한 관심 및 집중 분야가 존재했다.
세계 사회적 책임 우수 은행으로 선정된 싱가포르 DBS 은행은 2020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나섰다. 관련 광고 제작, 직원들의 인식 전환 및 직장 내 음식물 배출 절감 노력, 친환경 협력업체 연계 등이 이뤄졌다.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현지에서 소매금융을 하지 않지만, 여러 국가 내 여성 관련 단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에는 은행이 정부와 협업을 통해 일반교육, 직업교육, 사회보장, 농업지원 사업을 추진해 정부의 역할을 대신한다. 쿠웨이트 국립은행의 사회공헌활동에는 교육사업과 아동병원 운영, 새로운 의료기관 설립 지원 등이 있다. 특히 남성 중심성이 강한 지역에서 여성의 교육에 집중하는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단순히 서민금융 지원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라 점차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치중하면서 환경 문제나 다문화가정 등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보이려는 사회공헌 활동 노력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 달라”고 했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대동소이한 것은 CSR 활동에 다소 관성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장학금, 이재민 돕기 등 천편일률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저출산·고령화 문제나 환경문제 등에 지속적인 투자 및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차별화를 두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