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 한도 통일에 가상자산 거래소 간 경계 무색
거래소 최후 보루 상장 기준 획일화는 어려워
내년 1월 ‘가상자산 실 명계정 운영지침’이 도입되기 전에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선제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는 모양새다. 운영지침 도입으로 규정이 통일되면서 각 거래소 고유 영역이 허물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빗은 내년 1월 본격적인 도입을 앞둔 가상자산 실명 계정 운영지침을 조기 도입했다. 가상자산 실명 계정 운영지침은 금융당국, 은행연합회,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를 거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 방지 강화 등을 위해 제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원화 거래소 입금 한도는 500만 원으로 통일된다.
일일 입금 한도 500만 원은 한도 계좌에 적용된다. 코빗은 기존 일일 입금 한도가 30만 원이었지만, 운영지침에 따라 500만 원으로 크게 상향됐다. 다만, 코빗을 제외한 업비트, 빗썸, 고팍스 등의 일일 입금 한도는 10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절반가량 축소됐다.
각기 다른 입금 한도는 고객이 이용할 거래소를 고르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거래소 이용 고객 입장에서는 일일 입금 한도가 높을수록 당장 거래 가능한 금액도 높아지기 때문에 입금이 간편한 거래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있는 업비트는 지난해부터 일일 입금 한도를 10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일 입금한도가 1000만 원으로 제한되기 전까지 업비트는 일일 입금 한도를 5억 원까지 지원했다. 업비트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타 거래소 대비 높은 입금한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입금 한도 방침을 세운 데에는 배경이 있을 것이고 우려하는 리스크들이 해소된다면 향후 한도를 조정할 방안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규정에 따랐던 정책들이 하나둘씩 통일되면서 개별 거래소 고유 영역인 가상자산 상장 규정까지 통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상장 기준 일원화에 대한 요구는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로 한 차례 수면 위에 떠오른 적 있다. 테라-루나 사태로 진행된 당정간담회에서 거래소들이 통일된 상장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증권시장 상장 기준은) 한국 거래소에 하나의 기준밖에 없지만 코인 거래소는 여러 개가 있어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했다.
일단 거래소들은 협의체를 통해 상장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상태다.
닥사는 올해 3월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기존에 적용 중이던 거래지원심사 시 외부 전문가 ‘최소 2인’ 혹은 ‘최소 참여 비율 30%’를 지켜온 것에 더해 거래지원심사 시 ‘법적 위험성 평가위원 최소 1인’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다만, 개별 거래소마다 적용되는 기준으로 상장되는 가상자산 자체가 모든 거래소마다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기준이 완전히 통일된다는 것은 개별 거래소의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일원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닥사 상장 기준 가이드라인에서 좀 더 구체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