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명 혐의 없음…3명 혐의 있으나 ‘불문경고’
법무부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의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 단체가 로톡을 상대로 벌인 법적 분쟁은 8년 만에 로톡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리걸테크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26일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변협의 징계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123명 중 로톡의 ‘형량 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3명에게는 불문경고, 나머지 120명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핵심 쟁점은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인지 △변호사가 로톡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광고하는 서비스임을 인식했는지 △변호사가 로톡의 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이용했는지 여부였다.
징계위는 로톡이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뿐,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 로톡과 가입 변호사 간 ‘이해관계’가 있다고 오해할 정도로 자신을 드러낸 것과 로톡의 형량예측 서비스에 대해서는 광고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징계위는 로톡 가입 변호사들은 이 같은 운영 방식이 광고규정에 위반되는지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고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형량예측 서비스를 이용한 변호사 3명은 혐의가 인정되지만, 이용기간이 짧은 점 등을 고려해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변협은 2021년 5월 로톡 등 법률서비스 플랫폼 이용을 막기 위해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하는 내용으로 변협 광고 규정을 개정했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
징계는 가장 낮은 견책부터 과태료 최대 1500만 원까지 내려졌고,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은 변협 결정에 불복해 법무부 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했다.
애초 징계위 심의 일정은 3월이었다가 6월로 연기됐고, 다시 한 차례 미뤄져 7월 20일 1차 심의, 이달 6일 2차 심의가 열렸다. 이날 3차 심의를 끝으로, 최초 징계 이의신청 이후 9개월 만에 결론을 낸 셈이다.
앞서 변협 등은 변호사법 34조 위반 등을 이유로 총 3차례 로톡을 고발했지만, 검찰과 경찰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변호사의 플랫폼 광고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변협 규정 중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지난 2월 변호사들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행위는 위법이라며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각 10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법무부도 2021년 8월 로톡 서비스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취소 결정이 나온 직후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전원 징계 취소’는 리걸테크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정으로, 비로소 제대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됐다”며 “운영 중인 모든 서비스와 마케팅 수단을 재점검하고, 변호사법과 광고규정에 위반되는 점이 없는지 점검하겠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