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용 화폐, 세파르랑 통해 영향력 행사
“소수 엘리트만 배불려…독재 정권 지지” 비판도
러 입지·극단주의 강화 우려…세계 안보 위협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 쿠데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가 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과거 이들 지역을 지배했던 프랑스가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내부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또 이들 지역의 군사적 불안정은 극단주의, 테러리즘 등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BBC방송에 따르면 니제르 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아프리카에는 서쪽 기니에서 동쪽 수단까지 5600㎞의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쿠데타 벨트’가 형성됐다. 이들 지역은 사하라 사막과 중부 아프리카 초원 지대 사이 반건조지대인 ‘사헬’을 포함하거나 인접해있다는 지리적 공통점을 지녔다.
아프리카 쿠데타 발생 지역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국가가 공교롭게도 대부분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새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기니,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 니제르, 가봉 모두 과거 제국주의 시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해당 국가들은 1950~1960년대를 거치면서 독립했지만 여전히 프랑스로부터 정치·문화·군사적 영향을 받고 있다.
BBC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1990년 이후 발생한 27건의 쿠데타 가운데 78%가 프랑스어권 국가에서 발생했다”며 “일부 논평가들은 이것이 프랑스 때문인지, 아니면 프랑스 식민주의의 유산 때문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경제적으로는 2020년까지 서아프리카 지역 공용 화폐 세파(CFA)프랑을 통해 이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세파프랑은 유로화에 고정 환율로 묶여 있으며, 프랑스가 화폐 가치를 보증하고 있다.
또 2013년부터는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등에 프랑스 군대를 주둔시켜 지하디스트 격퇴를 목표로 하는 ‘바르칸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독재와 권위주의, 고질적인 빈곤이 지속되면서 반프랑스 정서가 들끓기 시작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가 아프리카 옛 식민 국가에 개입하는 정도가 영국보다 컸으며, 이는 결국 아프리카의 순종적 엘리트를 배 불리고 대다수 서민을 굶주리게 한다는 인식을 불러 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독재 정권을 지지하는 대조로 인해 프랑스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아프리카 국민 사이에서는 프랑스 기업이 세파프랑을 이용해 자국의 천연자원을 착취했다는 분노가 싹텄다. 니제르 쿠데타 이후 시위대가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하며 “프랑스 타도”를 외친 것은 이들 지역의 반프랑스 정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니제르에서 군대와 외교관을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니제르에서 약 1500명 규모 군병력을 유지했다. ·
문제는 아프리카 사헬 지대의 군사적·정치적 불안이 계속될 경우 러시아의 입지 강화는 물론 아프리카 내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과 같은 극단주의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니제르는 ‘지하디스트 폭력의 세계적 근원지’로 여겨지는 사헬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에 맞선 서방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러한 니제르가 쿠데타로 무너지면서 사헬 지역의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이 강화되고 글로벌 안보에 또 다른 위협을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니제르 쿠데타 지지자들은 군부가 지하디스트와의 싸움에서 더 나은 일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부르키나파소와 말리 쿠데타 이후 지하디스트들의 폭력사태가 급증했다”며 “불법적이고 고립된 군사 정부에 의한 즉흥적이고 강력한 단속으로는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