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률 97%로 보편화…장례스튜디오 설립도
체코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회장시설인 ‘슈츠라니체 화장터(stransnice crematorium)’는 체코 장례문화 전반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최고(最古)’란 수식어에 걸맞게 외형도 웅장하다. 본지는 7월 18일 이곳을 방문해 한국의 ‘3일장’과 대비되는 ‘15분 추모식’과 화장시설, 남겨진 유가족을 위로해주는 ‘장례 스튜디오’를 견학했다.
1932년 개관한 스트라슈니체 화장터는 화장장, 의식장, 묘지 등을 갖췄으며 총면적 450㎡, 높이 16m로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화장터 앞에는 HPS의 장례 서비스 지점이 있어 HPS을 통해 장례를 진행하는 유족들은 이곳에서 화관부터 시작해 고인의 관, 유골함, 화장 시간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직원과 상담해 결정한다.
특히 화장터 내에는 고인을 화장하기 전에 유족들과 추모객들이 ‘15분의 추모식’을 진행하는 그레이트 의식 홀이 있다. 보통 프라하에서 유가족들은 짧은 추모 의식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두 시간 이상의 시간을 예약해 추모식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홀은 총 2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는 유족들과 장의사의 의견에 맞춰 추모식이 진행된다.
체코 시민들은 죽음을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마무리라고 믿으며, 장례행사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유가족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이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마무리되기를 원한다. 화장터를 방문했을 때도 유가족들이 오열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리 클라로벡 HPS 홍보 담당자는 “슈츠라니체 화장터에서는 작은 규모의 바코바 홀과 큰 규모의 그레이트 의식 홀에서 화장 전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이 치러진다”며 “보통 15분 동안 장례식이 이뤄지는데 장례식 내내 커다란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진행되거나 녹음된 음악을 튼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추모식은 굉장히 간결하게 치러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체코의 화장률은 85% 수준이다. 수도 프라하는 화장률이 97%에 이른다. 묘지 안장보다는 화장을 택하는 것이 보편적인 장례문화다. 화장터 내 유골함에는 화장터가 생긴 이후에 화장된 수를 의미하는 번호도 새겨져 있다.
이곳 화장시설의 특징 중 하나는 ‘친환경’이다. 체르브니 HPS 대표는 “수십 년간 가스를 연료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화장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열여과 장치를 이용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유해 가스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 이후에 유가족들이 묘지 내 보관할 것인지, 집에 가져갈 것인지, 특정 장소에 뿌릴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HPS는 슈츠라니체 화장터 맞은편에 ‘장례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고인과 이별한 유가족들에게 마음을 치유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장례 스튜디오에는 고인과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공간부터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 소파 등이 비치돼 쉴 수 있는 공간, 장례공사 직원들과 상담할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유가족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의 옷을 갈아입히며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클라로벡 홍보 담당자는 “고인을 보내고 난 후 유가족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장례 스튜디오의 가장 큰 목적”이라며 “여기에 전시회, 강연 등행사를 통해 더 현대적인 장례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전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