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급 대책 중 하나로 소형주택 수요 증가 방안을 실행 예고했다.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공급규제 완화도 유력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택 기준에 맞는 소형주택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다. 전문가들은 소형주택 공급 확대가 ‘1인 가구’ 수요는 일정 부문 채울 수 있지만, 아파트 위주의 시장 주택 수요를 맞추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희룡 장관은 전날 간담회에서 비아파트 공급 규제 완화와 소형주택을 매수하더라도 특별공급 전형 중 ‘생애최초’ 유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소형주택은 수도권 기준 공시가격 1억3000만 원 이하(지방 8000만 원 이하)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뜻한다.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등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비아파트 유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문제는 소형주택 기준에 맞는 주택은 수도권에선 사실상 반지하 주택이나 구축 소형 빌라 등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실수요자가 원하는 깔끔한 신축 주택과는 거리가 먼 만큼 정부가 의도한 소형주택 구매 유도와 실수요 충족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공공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있는 38가구 규모 D도시형생활주택 전용 23㎡형 공시가격은 1억8900만 원부터다. 경기 시흥시 소재 154가구 규모 M도시형생활주택의 전용 36㎡형 공시가격 역시 1억4900만 원부터 시작한다. 두 단지 모두 준공 10년 이내 단지로 주거 선호도는 높지만, 모두 소형주택 기준을 초과한다.
당장 시장 내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소형주택 수요 전망을 어둡게 한다. 가뜩이나 비아파트 기피가 이어지는 데 소형주택 매수를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빌라 거래량은 집계가 끝난 7월 기준 1922건을 기록했다. 1월 1095건과 비교하면 두 배 미만의 거래량 증가세에 그쳤다. 5월 거래량(2133건)이 연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반기로 갈수록 매수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반면 아파트는 7월 기준 3592건을 기록해 1월(1412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직 집계 중인 8월 거래량은 이날 기준 3567건으로 7월 거래량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소형주택 수요 확대는 공급대책으로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2030세대 등 젊은 층이나 1인 가구 수요 충족을 위해 소형주택 매입에 혜택을 주는 취지는 알겠지만, 시장 내 실수요는 새 아파트를 원하는 것이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살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양질의 ‘뉴홈’과 같은 공공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내줘야 하는데 소형주택 활성화는 과거 정권에서 내놓은 정책을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소형주택 수요를 늘리고,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중대형 주택을 늘리는 것 대비 주택공급 가구 수를 증가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제한적인 토지 상황에서 공급을 늘릴 확실한 방법”이라며 “다만 요즘에는 1·2인 가구도 전용 59㎡형 이상 아파트를 원하는 만큼 아파트 관련 추가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어려움 등 부동산시장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상황에선 소형주택 활성화 정책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민간에서 활발하게 공급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분양성과 수익성을 확실히 얻을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함께 나오지 않으면 지금 분양 시장 상황에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