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용산 앞 시위·상임위 보이콧…일정 줄연기
재정준칙·지방촉진법 등 계류법안 차질 불가피
與 "이재명 한 사람 때문에 국회 멈춰"
야당 대표의 단식으로 촉발된 정쟁이 국회 마비 상태로 이어지면서 법안 통과가 시급한 경제 현안들이 올스톱되는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원과 검찰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대여(對與) 투쟁에 당력을 총결집키로 한 '과반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주요 경제법안 논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건강 악화로 국회 인근 여의도 성모병원에 이송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쇄신·전면 개각 등을 요구하며 이날 기준 19일째 단식을 이어왔다. 이 대표는 성모병원에서 긴급치료를 마치고 중랑 녹색병원으로 이동해 치료 중이다. 이 대표는 단식 지속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민주당엔 검찰의 '쌍방울 대북송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긴급 의원총회를 연이어 열고 상임위 보류·대통령실 앞 규탄 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상임위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보류하기로 논의됐다"며 "정기국회 회기 중 검찰 영장 청구의 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돼 있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법제사법위, 문화체육관광위, 기획재정위 등 전체회의 일정이 줄연기됐다.
낮 12시엔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시위를 벌였다. 박 원내내표는 "검찰은 오늘 이 대표가 건강이 악화돼 더 이상 단식을 할 수 없는 상황, 병원으로 이송된 그 시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소송의 절차가 아니라 나쁜정치를 검찰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장기 단식·사법 리스크에 따른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사실상 '국회 올스톱'으로 이어지면서 정기국회 내 주요 경제법안 논의·처리도 줄줄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기재위에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포함해 ▲지방투자촉진법 ▲유턴기업소득법인세감면법 ▲가업승계지원법 등이, 산자위에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 등이, 정무위에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이 계류 중이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때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를 겪으며 국가부채가 과도하게 높아진 만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저성장 국면 속 35조원 규모 '민생 추경'이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방투자촉진특별법은 당정이 추진 중인 '기회발전특구' 이전 기업에 세제·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이 가업 승계를 포기하지 않도록 증여세 부담 등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민주당의 '부자 감세' 비판에 따라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시 소득·법인세 감면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정부안도 기재위에 머물러 있다. 이른바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강화를 위해 당정이 법제화를 추진 중인 국가자원안보법은 산자위에서 논의가 멈춰 있다. 각 부처에 흩어진 핵심자원 관련 법률을 통일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네이버 등 플랫폼사업자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온라인플랫공정화법도 중복 규제를 우려하는 국민의힘과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방지를 위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민주당이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상임위 보이콧에 반발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왜 국회가 멈춰서야 하나.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국회를 멈춰 세우면 일은 언제 하겠다는 건가"라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고 이 대표의 일은 이 대표에게 맡기고 국회는 제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은 이르면 21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는 민주당의 이러한 행보를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 의도로 보고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주요 경제 법안은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10월 말에서 11월 사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층을 단결시키는 단계"라며 "10월 말이나 11월 초부터 중도층 흡수를 위해 슬슬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지금은 이 대표가 단식 중인 데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라 법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