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태깡과 ‘라이벌 구도’, 호기심 자극
스낵 시장 어린이→어른이 입맛으로
“노가리칩이요? 파는 사람도 구경하기가 힘들어요.”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가 출시한 ‘오잉 노가리칩 청양마요맛(노가리칩)’이 농심 ‘먹태깡’에 이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노가리칩은 이달 4일부터 정식 판매를 시작한 롯데웰푸드의 신제품이다. 술 안주로 주로 먹는 노가리와 곁들이는 소스인 청양마요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에서는 노가리칩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주말 사이 CU를 시작으로 편의점 4사에선 모두 발주가 중단됐다.
서울 여의도의 한 편의점주는 “출시 초반 일정한 물량이 들어왔는데 이후에는 구경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먹태깡과 함께 소비자들이 재고 여부를 가장 많이 묻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당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의 2배 이상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노가리칩은 60g 기준 1700원(편의점가격)인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3000~4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된 상황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신제품의 경우 월 매출이 10억 원이면 성공했다고 보는데 노가리칩은 2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봉지로 치면 한 달 100만 봉 정도 팔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가리칩은 올 여름 열풍을 일으킨 먹태깡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제품이다. 먹태깡은 술 안주로 먹는 먹태와 소스 청양마요맛이 나는 제품인데, 노가리칩 또한 비슷한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주요 원재료도 먹태깡은 북어엑기스 분말과 구운북어채 분말을, 노가리칩은 조미노가리향과 황태채엑기스 분말을 사용해 유사하다. 여기에 어두운 배경에 청양마요맛을 강조한 녹색 포인트를 준 포장지까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는 이런 표절 논란이 오히려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먹태깡이 출시 이후 품귀가 계속되면서 ‘비슷한 노가리칩이라도 먹어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먹태깡과 노가리칩의 라이벌 구도에 주목해 두 제품을 비교하는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먹태깡을 시작으로 청양마요맛에 대한 새 시장이 열렸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노가리칩 외에도 청양마요맛을 입힌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스낵들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CU가 선보인 ‘청양마요맛 새우칩’, GS25 ‘먹태쌀칩 청양마요맛’이 있다.
이 밖에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로 스낵 시장이 어린이·청소년 위주에서 ‘어른이 입맛’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홈술 문화가 정착하면서 술 안주용 스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인기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스낵을 아이들 간식 정도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술 안주용 수요도 커져 시장 판도가 간식용과 안주용으로 나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