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은 버티겠지만”…아웃소싱 中企 도미노 위기 [기술패권 시대, 韓 R&D 어디로]

입력 2023-09-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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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보다 보조금 성격 강해"
중기부, 연구장비 바우처 지원 중단
출연연, 위탁ㆍ공동사업 줄일 듯
대학ㆍ중소기업 연쇄 피해 우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정부가 중소기업 뿌려주기 연구·개발(R&D)를 카르텔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능력 없는 중소기업 지원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나서면서 정부의 R&D 예산 삭감 파장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여기에 내년도 출연연 주요 사업비가 20%~30% 가량 삭감되면서 출연연으로부터 아웃소싱을 받아 업무를 수행해온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으로 사업을 영위해온 일부 중소기업들은 당장 약속된 예산이 사라지면서 벼락 끝에 내몰렸다.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R&D 예산에 대해 지원을 약속해놓고 갑자기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일부 사업자들은 거리에 내몰리게 됐다”며 “도미노처럼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등에 보조금 형태로 지원해온 사업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문제점이 발견된 일부 사업의 경우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R&D 예산이 본래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되기 보다는 일부 기업의 생존 수단으로 변질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 장비 활용 바우처 지원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목적에 따라 연구장비 활용을 할 수 있도록 바우처 형태의 이용료를 지원하는 사업이지만 혁신적인 기술개발 등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보조금 성격이 강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연구기반활용사업, 연구기반활용플러스사업 등과 사업목적, 지원대상, 지원방식이 사실상 동일해 사업기간을 단기로 설정한 후 유사사업을 반복적으로 편성함으로써 적정 사업기간과 규모를 검토하지 못하고 예타를 우회하는 것으로 이미 국회에서 부적정 사례로 지적받은 바 있다”며 “이에 해당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출연연의 예산 삭감으로 민간기업에 위탁해온 아웃소싱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자 출연연으로부터 과제를 수탁해온 대학과 중소기업 등으로 연쇄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과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협력하거나 위탁하는 형태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중소기업들도 계속해서 성장해왔지만 연구비가 줄어들면 1차적으로 출연연 내부 인건비를 줄일 수 없으니 위탁, 공동사업부터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연연 등 기관들은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면 버틸 수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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