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서이초 사망 교사 49재를 계기로 열린 ‘공교육 멈춤(정상화)의 날’ 추모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단으로 연가·병가 등을 사용한 교사에 대한 징계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면서 교육계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교권회복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목소리도 높다.
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9·4 '공교육 멈춤의 날'에 연가·병가를 낸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이 부총리는 전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징계 철회 의사를 내비쳤다.
이 부총리는 “추모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것”이라며 “교육당국이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날 재차 강조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교사들이 단체로 연가·병가를 내거나 학교가 임시휴업을 하는 것은 불법 집단행동이라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4일 교육부의 징계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징계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징계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갔다. 교사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한 상태에서 다수의 초등교사가 집단행동에 참여하자 교육부가 징계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총리는 “고인에 대한 순수한 추모의 마음과 교권회복에 대한 대다수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됐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한 것은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는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추모활동과 교권을 바로 세우는 활동에 참여했던 교사들에 대해 대승적 입장에서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한 교육부 장관 결정에 지지와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교원단체들은 징계방침 철회를 환영하면서도 교권회복 대책을 위한 후속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현장에서는 무너진 교권이 회복될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교권이 회복될 때까지 교육부가 최선을 다하고,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수업·상담·지도·평가 외의 업무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교육부가 교육권보호 종합방안을 마련한 것은 큰 변화라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미흡함이 있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아동학대 관련법 등을 개정하고 교권보호 종합방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교육청도 행·재정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와 교육계, 정치권은 교권 회복을 위한 입법 절차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야는 7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교사의 정당한 지도가 아동학대로 치부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교권회복 4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소위 의결 후 14일 교육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21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교권회복 법안들을 통과시킬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