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적 연체 위기로 이어질 우려
자영업자 A씨는 최근 B카드사로부터 이용한도가 3000만 원에서 1800만 원으로 하향된다는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당일 오후 5시에 문자를 통보받은 몇 시간 뒤 실제 한도가 반토막났다. A씨는 “갑자기 한도가 대폭 줄어 나도 모르게 연체가 된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면서 “갑자기 당일에 한도를 대폭 줄이는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용카드사들이 가입자들의 이용 한도를 큰 폭으로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한도 하향을 일방적으로 당일에 통보하는 방식인 데다, 축소 폭도 커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카드 이용 한도를 축소하는 경우 규정위반이나 영업행위 준칙에 해당하는 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이달 들어 일부 회원들을 상대로 신용카드 이용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문자를 통보했다. 월평균 결제 능력, 이용실적 변화, 신용도를 고려해 이용 한도를 조정했다는 게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통보 방식과 축소 규모다. 직장인 C씨는 D카드사로부터 이용 한도가 2800만 원에서 6개월 간 330만 원으로, 그 이후부터는 100만 원으로 하향된다는 문자를 받은 후 당일 조정됐다. B씨는 “한도 금액을 10년 넘게 유지했는데 이유도 모른 채 하루 아침에 하향 조정됐다”고 토로했다.
이용 한도를 조정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아 가입자들의 반발은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연체 이력이나,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사용 이력도 없는데도 한도 하향을 통보받았다”며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답을 듣지 못해 전자민원이의신청을 접수했더니 원상태로 복구시켜줬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 역대급 긴축이 현실화되면서 한도를 하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된 한계차주로 인해 카드사의 연체율이 더욱 치솟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대출 창구인 저축은행들도 대출 문을 걸어잠근 상황에서 카드사의 일방적인 이용 한도 축소로 인해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은 결국 고금리 대출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이는 현금서비스와 다른 카드의 추가 발급 또는 대출 등으로 이어져 연쇄적 연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돌려막기 하는 경우 한 카드의 한도만 축소되더라도 연쇄적인 연체 위기에 빠지게 된다.
카드사들은 원리금 부담이 늘어난 이용자들의 부실 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제시하는 모범규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는 회원의 월 가처분소득과 신용도 및 이용실적을 종합 심사해 신용카드 한도를 부여하고, 한도의 과다책정을 방지하기 위해 연 1회 또는 갱신·추가 발급 시점에 신용카드 회원의 한도가 적정한 지 점검 가능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장기간 카드 미사용 혹은 카드 사용 감소, 대출 증가, 소득대비 한도가 높으면 하향되는 경우도 있다”며 “한도 축소가 부당한 경우 카드사에 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등을 제출해 재평가의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규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한도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최근 고객들의 이용 한도가 축소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사의 규정위반이나 영업행위 준칙에 대해 모니터링으로 감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