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으로 폭염 더 심화…악순환 경고
난방 탄소 배출량, 냉방보다 4배 많아
에어컨은 살인적인 무더위라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기후 문제를 유발하는 전기 수요가 더 늘어난다. 결국 폭염에 따른 에어컨 사용량 증가, 전기 수요 급증, 기후 문제 악화와 폭염 심화로 이어지는 기후위기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유럽인들은 이러한 에어컨 사용 문제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다. 유럽에서는 에어컨을 환경 파괴의 주범이자 사치품으로 여겨 가정 내 에어컨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전체의 에어컨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19%에 그쳤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폭염 속 냉방보다 선진국의 난방이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화석연료 시대는 유럽의 겨울 난방에서부터 시작됐다. 중세시대 영국이 줄어드는 숲장작을 대체하기 위해 노섬브리아 해변에 쓸려 온 석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산업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세계 최초의 대기오염법 중 하나는 1306년 영국 런던에서 ‘해양 석탄(sea-coal)’을 태우는 것을 금지하는 선언이었다. 너무 오랜 기간 집을 난방해왔기 때문에, 그 관행과 탄소 발자국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난방보다 냉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그 방향성에 있다. 적도 부근의 개도국 중 소득 수준이 높아진 나라에서 냉방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의 난방은 온화한 겨울, 정체된 인구 증가, 단열재 및 열펌프 사용 확대 등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술과 효율, 온난화한 기후가 앞으로 수십 년간 난방의 탄소집약도를 줄일 것이라는 낙관론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냉방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향후 수십 년간 증가하겠지만, 난방으로 인한 배출량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