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절반은 기업 탓…유럽 발목 잡은 ‘그리드플레이션’

입력 2023-08-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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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저소득층 체감 인플레이션율 26%에 달해
미국보다 인건비 대비 기업이익 증가세 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슈퍼마켓에서 쇼핑카트에 물건이 가득 차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슈퍼마켓에서 쇼핑카트에 물건이 가득 차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유럽의 끈적한 인플레이션 원인이 기업의 탐욕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럽의 고물가 추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3% 상승해 같은 기간 미국 물가상승률(3.2%)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유로존의 소비자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이 10.8%에 달했다. 독일에서는 식품 등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개월 연속 10%를 웃돌았다. 영국도 같은 기간 14% 이상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생활에 필수적인 식품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활고를 야기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저소득층 가구의 체감 인플레이션율은 20년 만의 최고치인 26%에 달했다. 유럽 각지에서는 불만이 쌓인 근로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 탐욕을 나타내는 ‘Greed’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유럽 고물가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의 과도한 이익 추구가 물가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유럽 고물가 원인의 절반 가까이가 물가에 편승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쌓아 올린 기업의 이익 증가에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실제로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만이 유럽의 식품·소매·제조 등 총 7개 회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형 식품 기업과 소매업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A)이 각각 전년보다 12%, 11%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인플레이션 기여도 원인을 분석한 결과 기업이익이 45%로, 수입 비용의 40%를 웃돌았다.

기업이 이윤 추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상장사의 경우에는 주주들의 압력도 있다. 하지만 유럽의 회사들이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몰리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임금인상률이 배경에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국의 기업이익과 인건비 추세를 비교한 결과 올해 1분기 독일 기업이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24%나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의 인건비는 14% 오르는 데 그쳤다. 유럽 다른 지역도 유사한 추세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건비 증가가 기업이익 증가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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