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지 이틀째인 16일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당초 윤 대통령이 조화‧조문을 최소화하고, 장례를 사흘간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조문을 위한 각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계속 됐다.
상주인 윤 대통령이 오전에는 한미일 정상회담 관련 업무를 본 뒤 오후부터 빈소를 지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오전 장례식장 로비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빈소가 마련된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로비에는 방문객 확인과 통제를 위해 배치된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취재진 그리고 빈소를 촬영 중인 보수 유튜버들만 눈에 띄었다.
10시쯤부터는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인들이 하나 둘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9시 54분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을 시작으로 김태호 의원,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의원도 11시경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을 했다. 뒤이어 김오수 전 검찰총장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총리는 조문 후 기자들에게 “고인은 학자로서 많은 존경을 받으신 분”이라며 “현직 대통령께서 재임 중 상을 당하셨기에 당연히 문상하러 왔다. 다른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 광복회장과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장제원 의원 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오후 2시 30분경 전날과 마찬가지로 지상 로비가 아닌 별도 입구를 통해 빈소로 이동했다. 2시가 좀 넘어 식장에 도착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문을 마친 뒤 “(대통령 내외를) 뵙고 나왔다”며 “(고인께서)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친숙한 사이인데, 아드님 대통령 되셨으니 좋은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을텐데 일찍 가셔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정의당 지도부도 비슷한 시각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정미 대표는 배진교 원내대표와 함께 조문을 마치고 나와 “차분하게 조문 오신 분들을 대통령께서 맞이하고 계신다”며 “아버님 잃은 슬픔을 잘 위로해드리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뜻을 잘 전해드렸다. 다른 정치적 대화를 할 수 있는 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도 이인제 전 의원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황교안 전 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조해진‧박대출 의원,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이 조문을 했다. 황 전 총리는 조문을 마친 뒤 “(안에서) ‘어려울 때 와줘서 감사하다’ 이런 얘기를 나눴다”며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장제원, 조해진 의원 등과 지나가며 만났고, 대화 나눌 시간은 안 됐다. 오늘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날”이라고만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에 이어 재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전날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의 돌발 조문에 이어 손 회장도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식장에 들어섰다. 그는 조문을 한 뒤 “개인적으로 와서 조의를 표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고인이) 대원로 역할을 더 해주셔야 하는데, 순수한 분이 떠나셔서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도 이날 조문을 위해 식장을 찾았다.
‘조문 최소화’ 뜻을 천명했지만, 전날 정계 주요 인사들이 조문을 마친 데 이어 이날은 재계 인사들의 방문 가능성이 크다. 장례식장 안팎으로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경호, 경찰 인력 등이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