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워싱턴DC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지 약 3개월 만에 열리는 외교 빅 이벤트다.
한미일 정상은 5월 회담에서 대북 억지력 강화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등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공조 강화, 경제 안보,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3국간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회담이 2분 남짓한 약식 환담에 그치자 더욱 긴밀한 논의를 위해 한일 정상을 워싱턴DC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달 회담에서 3국 정상은 5월 G7 정상회의 당시 논의했던 공조 방안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도와 더불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 강화와 제재 방안 등 '안보' 공조가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한미일이 그동안 한미, 미일 등 양자 차원에서만 전개해온 확장억제 협의체를 3국 차원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실시간 경보 정보 공유도 유력한 의제로 꼽힌다. 한미일 정상은 당시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한 각국의 탐지·평가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메커니즘을 올해 안에 가동하기로 했다. 공유 시스템이 완성되면 3국의 정찰 자산은 북한의 도발시 미사일 정보 등을 수집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공조도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일 정상은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의 추진 과정에 연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인태 지역에서의 전략적 공조 방안이 구체적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경제, 에너지 안보, 첨단기술 등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일 정부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2차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를 개최하고 △경제, 기술, 에너지 안보에 대한 협력 △양자, 우주 기술 등 핵심․신흥기술 협력 △디지털 인프라 및 표준 관련 협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외에도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에서의 연대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날 요미우리신문 등은 한미일 정부가 내달 1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메릴랜드주 산속에 자리한 캠프 데이비드는 1943년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이래 역대 미 대통령들이 즐겨 찾았다.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평화교섭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 2012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등 세계 역사의 주요 무대이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외국 정상과 회담을 진행하는 것에는 상대국을 그만큼 중요시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 대통령 중에는 2008년 4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첫 방미 당시 초청을 받아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다.
한미일은 그동안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처럼 다자회의를 계기로 3자 회담을 열어 왔지만, 이번 회담은 별도의 3자 회담만을 위해 모인다는 점에서 북한·중국·러시아를 위시한 권위주의 진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이번 회담을 바탕으로 한미일 정상회의나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로 매년 정상회의를 열어온 쿼드(Quad)와 같은 정례적인 정상 협의체를 만드는 구상이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