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마을금고에 칼을 빼든 것은 ‘뱅크런’이 우려될 정도로 급격하게 돈이 빠져나간 데다 연체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금융권 대출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최대 리스크로 대두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율이 높은 점도 집중 관리에 들어간 배경으로 꼽힌다.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달리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고 있는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무너진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정부 대책이 수차례 마련, 시행돼 왔지만 금융사고 및 건전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과 통폐합으로 위기설이 퍼진 새마을금고에 대한 정부의 이번 뒷북 대책 역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5.34%로 전년말 3.59% 대비 1.75%p 상승했다.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 연체율 2.42%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역대 최고인 6.47%까지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PF 대출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새마을금고가 관리형토지신탁 방식으로 취급한 부동산PF 관련 대출이 지난해말 기준 15조5000억 원 수준으로 총대출의 7.7%까지 확대됐다. 관련 연체액도 6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는 ‘뱅크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위기설이 고조됐던 4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258조 2811억 원으로 지난 2월 말(265조 2700억 원) 대비 약 7조 원이나 줄었다. 상호금융권에서 수신 잔액이 줄어든 곳은 새마을금고가 유일했다. 신용협동조합은 같은 기간 1조 544억 원 증가했고, 새마을금고와 신협을 제외한 상호금융권도 약 9조 원 불어났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우려는 금융리스크 뿐만 아니라 횡령, 성희롱 등 매년 끊이지 않는 사고로 내부통제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새마을금고의 횡령, 배임 등 금융사고는 86건, 피해규모는 64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총 10건(164억9100만 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중 고객의 예금을 대출하고 남겨놓은 현금을 뜻하는 시재금(초과지급준비금) 횡령이 4건이고 예탁금 횡령이 5건이다.
행안부를 필두로 범 부처가 새마을금고에 대한 점검에 나섰지만, 뒷북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새마을금고 내부통제 개선을 위해 수차례 대책을 논의했지만 감독권한 부재로 효과가 미미했다. 실제 행안부는 지난해 8월에도 새마을금고 건전성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 시행했지만 도덕적 해이와 허술한 운영실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여타 상호금융사들이 예금이나 대출 업무 등 신용사업에 대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받지만, 새마을금고는 예외다. 새마을금고는 행안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 후 신용사업을 감독할 수 있는데, 행안부에서 별도 요청이 없으면 금융위는 새마을금고의 금융 사업 부문을 감독할 권한이 없다.
새마을금고만 예외적으로 행안부가 감독권을 갖는다는 점에 대한 지적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의 강도가 약한 탓에 임직원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계속되면서다.
새마을금고가 ‘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은 연초 부동산 PF 부실 우려나 전세 사기 때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앞서 새마을금고는 최근 몇 년 새 부동산PF의 일종인 관리형토지신탁대출 취급액을 늘리면서 부실 우려가 커졌다. 연초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대규모 담보대출을 받아 사기 행각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반복된 금융사고와 건전성 우려에도 실효성 없는 땜질 대책만 내놓다가 최근 연체율이 치솟자 뒤늦은 점검에 나선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금융위 주재로 열린 ‘제2차 부동산 PF 사업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은 상승 추세이나 수익성, 건전성 지표 고려 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PF·공동대출의 경우 높은 상환순위 및 주택담보비율(LTV) 감안 시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