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떨어진 유료방송사, 홈쇼핑에 부담 떠넘기기 비판도
지난해 TV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가 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홈쇼핑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최저치를 찍어,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부담을 홈쇼핑업계에 떠넘기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4일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등 TV홈쇼핑업체 7곳이 부담한 송출수수료는 전년 대비 5.5% 늘어난 1조9065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채널을 배정받고 지불하는 비용을 말한다.
홈쇼핑업계가 부담하는 송출수수료는 2018년 1조4304억 원, 2019년 1조5497억 원, 2020년 1조6750억 원, 2021년 1조8074억 원으로 매년 꾸준히 상승해왔다. 이에 따라 TV홈쇼핑업체의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기준 65.7%로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2018년과 비교하면 19.6%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TV홈쇼핑업체의 수익성은 매년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TV홈쇼핑사 7곳의 전체 매출액은 0.3% 오른 5조8721억 원으로 나타났지만 영업이익은 10.1% 감소한 5411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TV홈쇼핑업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9.2%로 최저치를 썼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10%대를 유지해오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한 자릿수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그간 매년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송출수수료를 10% 수준을 올리는 안을 제안해온 만큼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액될 것이라는 게 홈쇼핑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3월 정부의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나왔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는 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협상 시 매년 유료방송사업자들이 10% 이상의 증액을 요청하고 있는데 딱히 방법이 없으니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온 것”이라면서 “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에 있는데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 따라서 유료방송채널, 홈쇼핑업계간 고도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하고 그 부담을 송출수수료를 통해 홈쇼핑업계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IPTV방송 매출 가운데 송출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2.6%에서 지난해 30.2%로 늘었다. 반면 방송수신료 매출액 비중은 2015년 78.7%에서 지난해 57.4%로 나타났다. 케이블TV방송의 경우 2020년부터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방송 수신료 매출을 넘어섰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를 보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IPTV방송 매출에서도 송출수수료의 비중이 방송수신료 비중을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라면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이)수익이 더 나올 데가 없으니까 돈 받을 곳은 홈쇼핑 회사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등 방송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모바일, 신사업 등 활로를 찾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모바일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퍼 제품 판매에 나선다. 리퍼 제품은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상품이나 미세 흠집 상품을 재포장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캐릭터인 벨리곰과 가상인간 루시 등을 통해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매출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벨리곰 관련 매출액은 200억 원 수준이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가상인간 루시를 활용해 미술품을 판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