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 시내 모든 정비사업구역의 시공사 선정 시기가 빨라질 전망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로 예고된 서울시의 개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안’이 본격적으로 시행 시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인가’ 직후로 크게 앞당겨진다. 기존에는 사업시행인가 직후에 시공사 선정이 가능했지만, 조례안 시행으로 조합설립인가가 나면 곧장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조정된 것이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서울시는 세부적인 기준 에 대해 최종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시공사 조기 선정으로 사업속도 개선은 물론 자금 조달도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행사 선정이 빨라지면 불필요한 설계 및 인허가 변경을 줄이고 사업비 대여가 가능해 사업추진 속도를 향상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사업이 1~2년 단축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시공사 조기 선정이 부작용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사비 갈등이 더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설계변경은 조합설립 인가와 사업시행 인가 사이에 진행되는 건축심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에는 정확한 설계비를 산정할 수 없어 공사비 적정성 검토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추후 공사비를 두고 다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공사 조기 선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로 ‘정비사업 내역입찰’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사업 초기에 시공자를 선정할 경우 조합과 시공자 간 유착, 비리, 무분별한 공사비 상승 등의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내역입찰은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설계와 함께 세부 공사 내역을 제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공사가 짊어질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사업성이 좋은 단지만 선별해서 수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변동이 큰 상황에서 사업 초기부터 내역입찰을 요구하면 사업성이 좋은 곳만 입찰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찰이나 입찰 경쟁률이 대폭 낮아져 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공사와 조합원 그리고 입주자들에게 돌아갈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 속도가 느려지면 주택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 부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단계에서 내역입찰을 시행하게 된다면 시공사의 부담이 커져 사업성이 크지 않은 단지를 피하면서 선별적인 수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면서 “문제가 커지면 결국 시공사와 조합원은 물론이고 예비 입주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초기 사업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으리라 전망하면서도 추후 공사비 상승 두고 불거질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공사 선정부터 건축 심의까지 공사비가 증액 될 수 있기에 필연적으로 불거질 문제나 다름 없다”며 “사업속도가 빨라지면서도 공사비 갈등 우려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양날의 검 같은 조례안”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조합이 통상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공사의 의지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시공사 선정이 빨라지면 시공사에 자금을 빌릴 수 있어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시공사가 초기에 선정되면 추후 늘어날 공사비를 두고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