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손 X레이를 촬영하고 골 연령을 확인한 결과 신체나이는 12세로 판정됐다. 현재는 또래보다 큰 편이지만, 성인이 됐을 때 예상되는 키는 160cm 중후반이라고 말씀드리니 부모님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지금까지 또래보다 체격이 좋아서 평소 키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았기에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검사상에서 다른 호르몬 이상이 없었기에, 이 아이의 빠른 골 연령과 작은 성인키의 주원인이 비만으로 추정됐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근거한 연구에 따르면 2~18세 사이 소아청소년 과체중 또는 비만의 유병률이 2011년도 18.8%에서 2019년에는 23.7%로 증가했다. 소아청소년 4명 중 한 명꼴로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는 얘기다. 조금 통통하고 귀여워 보이는 아이들이 사실은 비만인 경우가 많다.
비만을 나타내는 체질량 지수(BMI: Body Mass Index)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 구한다. 예를 들어 내원한 10세 남아의 경우 키가 145cm, 몸무게가 50kg이었는데, BMI는 50÷1.45²=23.8(kg/m²)이다. 소아성장 도표에서 BMI가 85~95 백분위수에 해당되면 과체중, 95 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이 아이의 경우 BMI가 96 백분위수로 비만에 해당된다. 참고로 비만 정도는 질병관리청 웹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https://knhanes.kdca.go.kr/knhanes/sub08/sub08_04.do) 국민건강영양조사-성장도표-측정계산기에 생년월일과 키와 체중을 입력하면 자동 계산된다.
부모들의 일반적 오해는 통통한 살이 나중에 다 키로 갈 것이라는 믿음이다. 아이가 요구하는 대로 음식을 다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영양은 성장에 중요하다. 적절한 영양을 섭취한다는 가정하에서 그렇다. 영양이 과하면 오히려 성장에 해롭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과한 것은 부족한 것과 같기에 적당한 것이 좋다는 말이 백번 옳다.
비만이나 사춘기 조숙아에서는 골 연령이 자기 나이보다 빠른 경향이 있다. 골 연령이 빠르면, 일찍 성장판이 닫혀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만 아이들의 키가 또래보다 큰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이 일찍 멈추기에 성인이 됐을 때 키는 오히려 작아지게 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비만 아동에게서는 고혈압, 고지질혈증, 당뇨병, 지방간, 동맥경화, 수면무호흡증 등의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존감이 떨어져 열등감을 느끼며 우울 등의 심리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비만 관련 건강 문제를 평생 지고 가야 할 수도 있다. 비만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문제가 되는데, 덴마크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BMI가 30이상인 군에서 수입이 2% 낮았고,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이 4% 증가했다고 한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비만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소아 비만 치료는 식습관 조절, 신체 활동 그리고 운동량에 대한 조절과 관리가 중요하다. 약약물치료나 수술 치료는 제한된 경우에만 시행한다. 필자는 진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무조건 음료수부터 끊으라고 말한다. 살을 뺄 목적으로 아침을 굶으면 점심 때 허기를 달래기 위해 허겁지겁 먹어 폭식하게 되기에 매끼 식사를 잘 챙기기를 권한다. 적절한 운동이 매우 중요하기에, 태권도, 수영과 같이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을 하면 좋다. 아이들은 스스로 식습관을 바꾸고 자발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이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식단을 짜고, 요리하고, 식후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 체중조절의 성공률이 더 올라간다.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실천 가능한 것부터 도전해서 작은 성취를 맛본다면,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