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5일 한 차례 인선 논란 끝에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당 혁신기구 책임자로 선임하며 혁신기구 구체화에 시동을 걸었다. 다만 혁신기구 명칭은 물론 구성원, 역할, 과제 등 정해야 할 일들이 많은 만큼 혁신기구 출범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김 교수를 혁신위원장(가칭)으로 결정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를 밝히며 “김 혁신위원장은 온화하면서도 원칙주의자적인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라며 “금융 관련 법률 또 소비자 보호 분야 등에 전문성이 있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 오랫동안 몸담지 않은 참신성 등도 (선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도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김 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통합의 기조를 잘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민주당 개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이라며 “그 두 가지를 잘 해결하는 분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 학사 학위를 받은 김 위원장은 친문(친문재인)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에 임명돼 3월까지 임기를 지낸데다, 2015년엔 문재인 대표가 이끈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당무감사위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는 탓이다.
이는 당 지도부가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선임 당시 발언 논란 외에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던 사실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이 과거 이 대표를 지지하고 옹호했던 전력이 드러나면서 친명 인사가 당 혁신기구를 맡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다만 친문계 쪽에서도 문 정부 시절 전문성을 인정받아 역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활동도 하지 않은 사람을 친문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는 분위기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16일 CBS라디오에 “문 정부 시절 (금감원 부원장에) 임명된 사람이라 그러신 것 같은데, (후보였던)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도 저희 정부 때 임명되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 당 혁신기구 명칭부터 위원 구성, 구체적인 개혁 과제, 혁신기구의 권한 등에 대해선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16일 오전 “김 위원장이 주말동안 인원 구성에 대해 구상할 걸로 알고 있다”며 “추후 세부 일정도 김 위원장과 협의해 결정 되는대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대의원제 폐지 등 혁신기구의 과제와 역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명과 친명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들으면서도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비명계 쪽에서는 국민의 ‘상식’ 선에서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다 적극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것으로 돈봉투, 코인 논란 등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고 나아가 이 대표 체제에 대한 고민까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팬덤정치를 비판해온 김종민 의원은 16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에서는 팬덤정치가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득권, 방탄 이런 부분에서 얼마나 혁신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를 끌어내린다는 건 쉽지도 않고,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과연 지금 현재 이재명 체제, 이재명 지도부로 내년 총선을 승리할 수 있는지, 여기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은 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혁신기구의 권한에 대해서도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친명 장경태 최고위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에 “전권이 갖는 의미가 뭔지 모호하다”면서도 “공개제안 등을 하시게 될텐데, 지도부든 의원님들이든 다 부담을 느끼지 않겠나. 제안을 하시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권한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