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원화 환율 변화율이 최근 들어 여타 통화에 비해 높은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이 일부 작용했다고 추정했다. 환율 변동성이 동아시아 국가보다 높은 건 이들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 및 환율제도 유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내 '최근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비교 및 요인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3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인상이 시작된 이후 주요 선진국·신흥국 환율이 큰 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가운데, 그간 미 달러화 지수(DXY)와 높은 동행성을 보여온 원ㆍ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지수와 상당폭 괴리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에 걸쳐 원화가치가 달러화 움직임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움직인 데 이어 올해 3월 하순 이후에는 미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가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원화 환율의 변동성(전일대비 환율 변화율의 월중 표준편차)은 지난해 3월 이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원화 환율 변화율(전월 말 대비 당월 말 환율의 변화율)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큰 폭 확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환율 변동성은 장기평균(2010년 1월~2023년 4월, 0.5%p)을 중심으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주요 34개국 평균치(0.62%p) 및 중간값(0.58%p)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장기평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모습이다.
총 31개국의 주요 선진국 및 신흥국을 대상으로 패널분석을 수행한 결과 △금융개방도 및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높을수록 △환율제도가 유연할수록 △달러화 유동성이 낮을수록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다.
한은은 "환율 변동성이 금융개방도가 높은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큰 반면, 자본통제가 강하고 경직적인 환율제도를 채택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작게 나타난다는 경험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달러화 강세를 유발한 이벤트 기간 중 주요국 통화의 환율 변화율을 비교해 보면 원화의 변화율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달러 강세 유발 이벤트는 2011년 유로지역 재정위기, 2014년 미 통화정책 정상화,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을 말한다.
한은은 그러나 2022년 8월 이후 올해 초까지 미 달러화가 강세와 약세를 오가는 과정에서 원화의 환율 변화율은 여타 통화의 평균치를 상당폭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2월중에는 원화 환율 절하율이 여타 통화 평균치를 두 배 이상 상회하면서 34개국 중 가장 높은 절하율을 기록했다.
한은은 "역사적 분해 결과 올해 2월 중 예상치 못한 원화 환율 상승폭의 상당부분(40%)이 무역수지 충격에 의해 설명됐다"며 "모형에 포함되지 않은 연준의 긴축기조 강화 예상도 절하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됐던 태국, 남아공,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도 2월 미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 통화가치가 큰 폭 절하됐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환율 변동성은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왔으며, 동아시아 국가보다는 높으나 여타 국가들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며 "이는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 및 환율제도의 유연성이 높고, 선진국보다는 금융개방도가 낮은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화 환율 변화율도 글로벌 이벤트 기간 중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여 왔으나 최근 들어 여타 통화에 비해 높은 모습을 보였다"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에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