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올려놓고 ‘냉장고 문달기’ 강조…울며 겨자먹는 유통업계

입력 2023-06-04 14:00 수정 2023-06-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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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전기료 총 21.1원 인상…산업부 “문달기, 동참해 달라”

대형마트·편의점 업계, 일부 매장에 도입…자구책 마련 분주
한전, 유통업계에 59억 원 지원하겠다지만…비용부담 우려 여전
식품·외식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 이어 또…‘기업 팔 비틀기’ 비판

▲지난달 31일 롯데호텔월드 내 회의장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유통업체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난달 31일 롯데호텔월드 내 회의장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유통업체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최근 정부의 전기료 인상에 유통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는 유통업계에게 ‘냉장고 문달기’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식품 매장 냉장고 문달기 사업’ 유통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체인스토어협회, 편의점산업협회,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GS리테일, BGF리테일 등이 참석했다. 냉장고 문달기는 식품 등을 진열해놓은 개방형 냉장고에 별도의 문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간담회에서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유통업계를 향해 냉장고 문달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주문했다. 당시 강 차관은 “식품 매장의 냉장고 문달기는 에너지 절감효과가 매우 커서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운영비 부담을 완화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며 “유통업계가 소비자 접근성이나 매출 영향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사업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로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다는 것은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개방된 냉장고에 문을 단 결과 이전보다 전력 사용량이 평균 52% 감소했고 여름철에는 최대 63%까지 절감됐다. 롯데마트는 2021년 3월부터 냉장고 문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전기료 인상 부담을 유통업계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가 유통업계를 불러 간담회를 열고 냉장고 문달기를 주문한 시점이 전기료 인상 이후여서다. 산업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전기 요금을 kWh당 8원 인상했다. 전기료는 올해 들어 두 차례나 올랐다. 이에 앞서 올해 1분기에도 정부는 전기 요금을 kWh당 13.1원을 인상한 바 있다.

전기료 인상은 한국전력의 재무 상태 악화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2021년부터 2년 간 약 38조5000억 원의 누적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약 6조2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전 적자에 따른 전기료 인상 부담을 유통업계에게 일부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이 냉장고 문달기 사업 확산을 위해 올해 59억 원을 유통업계에 지원할 방침이지만 업계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다는 것 역시 비용”이라며 “백화점, 대형마트 역시 부담이 클 것이다. 가맹으로 운영되는 슈퍼나 편의점은 본사가 어느 정도 지원해줘야 하는데 점포수가 많아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CU에 설치된 완전 밀폐형 냉장고. (사진제공=BGF리테일)
▲편의점 CU에 설치된 완전 밀폐형 냉장고. (사진제공=BGF리테일)

전기료 인상과 관련 유통업계도 다양한 자구책으로 대응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내달까지 전체 100여 개 점포 가운데 72개 점포에 냉장고 문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4월 자양점에 냉장고 문을 설치했고, 현재 다른 점포로 확대를 논의 중이다. 홈플러스도 냉장고 문달기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편의점 CU와 GS25는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했고, 세븐일레븐도 밀폐형 냉장고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매번 기업을 불러 모아 여러 주문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식품 물가가 상승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체 임원들을 모아 물가 안정 간담회를 열었고, 올해 초에는 외식업계에도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업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가격인상 자제 등을) 얘기하는 건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럽고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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