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교복에 철강 담합까지…소상공인‧대기업 가리지 않는 카르텔

입력 2023-06-01 16:12 수정 2023-06-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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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중대 불공정 담합행위’ 집중단속 1년 수사결과

‘철근 담합’ 7대 제강사, 매출 10% 폭리 취해
6700억대 국고손실…소비자엔 가격부담 전가
공공조달서 담합근절 땐 20% 이상 가격절감
‘자진신고제’ 효과적 운영…공정위와 정보공유

약 2조3200억 원 규모의 신축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과 관련, 투찰가격을 공유하고 낙찰예정자를 미리 지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찰 담합해 아파트 분양가를 상승시킨 사건이 수사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검찰은 올해 4월 담합 가구회사 8곳과 업체 관계자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체 7조 원에 달하는 철근 조달 입찰에서도 허위 실거래 자료 제출 및 투찰물량‧투찰가격 합의 등 방법으로 입찰 담합한 7대 제강사와 임직원 22명이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이들은 평균 99.765%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투찰률로 낙찰 받아 6조8442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7대 제강사가 거둬들인 폭리는 총매출의 10% 수준인 6732억 원 가량으로 6700억 원대 국고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급 입찰 사상 최대 규모의 담합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래픽 = 이투데이 DB)
(그래픽 = 이투데이 DB)

검찰이 작년 6월부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 등을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긴밀히 협력, 의‧식‧주 등 생활 전(全) 영역에 걸쳐 담합행위로 생활물가를 교란하고 시장 질서를 침해한 사례들을 1년 동안 집중 수사한 결과다.

‘담합’이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상품 또는 용역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가격 담합)하거나 일정 수량 이상의 물품 공급을 제한(공급량 담합), 경쟁사업자 간 사전에 입찰가격‧낙찰예정자를 정하고자 모의(입찰 담합)하는 불공정 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속칭 ‘짬짜미’로 불린다.

담합에 따른 인위적인 가격‧산출량 결정‧조정은 소비자로 하여금 직접적으로 고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특히 입찰가격 담합은 낙찰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가격상승에 따른 부담이 전가되는 폐해가 있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 범죄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1일 본지에 “최근 법원에선 담합 사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기업 간 담합에 따른 소비자의 구체적인 손해 발생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제공 = 광주지방검찰청)
(자료 제공 = 광주지방검찰청)

“불가능한 투찰률” 96% 넘어…검찰 수사하자 ‘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따르면 공공조달 부문에서 입찰 담합 근절시 20%를 웃도는 가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최순호 부장검사)는 지난 4월 광주지역 중고등학교 학생 교복 값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업체 운영자 31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입찰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실제 검찰 수사 이후 담합 이전 96.6%에 이르던 투찰률은 현저히 낮아져 평균 79% 선에서 낙찰이 이뤄졌다. 이는 가격 인하로 이어져 교복가격이 정상화됐다.

투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입찰 참가업체가 투찰한 투찰가격의 비율로서, 투찰률이 높을수록 낙찰가가 높아지고 소매가도 따라 높아진다.

광주지역 중‧고교생 교복업체들은 총 45개 업체가 160억 원대의 입찰 담합행위를 통해 32억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1인당 약 6만 원 더 비싸게 교복을 구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교복가격을 조직적‧계획적으로 올려 서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 교복업계의 고질적 담합행위(부당 공동행위)를 적발한 실제 사례다. 지난달 30일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교복가격 담합행위 근절 대책’을 논의했다.

▲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문에 비친 검찰 깃발. (뉴시스)
▲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출입문에 비친 검찰 깃발. (뉴시스)

‘공정거래 실무협의회’…검찰‧공정위, 협력체계 강화

문제는 이 같은 ‘물가 인상 카르텔(불공정 담합)’이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손해보험사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보험계약 입찰 과정에서 보험료 분배조건을 두고 들러리 입찰 등의 방법으로 입찰 담합을 벌였다. 손보사들은 130억 원 상당의 주택기금을 부당하게 챙기다 담합 보험사 4곳과 업체 관계자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한국철도공사 등이 발주한 2000억 원 규모의 철도 침목 구매 입찰에 있어서도 입찰가격 공유, 낙찰예정자 지정 등 담합행위가 발생해 낙찰가격이 22.5% 급등하며 업체들이 2000억 원대 매출을 거둬들였다.

검찰과 공정위는 올해 3월 ‘공정거래 실무협의회’를 개최하는 한편 주요 담합 사건에서 지속적인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민물가 교란 및 시장질서 침해 담합 사건에 대한 협업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생활물가를 상승시키고 불법수익을 취득한 생활물가 교란사범을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검찰과 공정위는 생활물가 교란, 담합사건 적발에 도움이 되는 ‘자진신고 제도’ 이른바 리니언시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기관 간 정보공유 범위를 확대하고 상호 협조를 심화할 예정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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