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곳 중 825곳 매출 증가…38개 기업 매출 10조 넘겨
국내 100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이 20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매출 '1조 클럽' 기업 수는 258개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처음 매출 300조 원(연결기준)을 돌파하는 등 21년간 국내 매출 1위 자리를 지켰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996~2022년 국내 1000대 상장사 매출 현황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지난해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1996년 이후 가장 많은 1993조 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734조 원과 비교하면 1년 새 매출이 259조 원(14.9%) 넘게 상승했다. 특히 조사 대상 1000곳 중 825곳의 매출이 성장했다.
우리나라 1000대 상장사의 연도별 매출 규모는 1996년 390조 원에서 2008년 1197조 원으로 처음 매출 10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이후 10년 만인 2018년 1537조 원으로 1500조 원을 넘겼다.
CXO연구소 측은 “올해 1분기 초반 경영 성적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전자 업종을 비롯해 석유화학, 철강, 정보통신, 제약 산업군 등의 매출 실적이 작년 동기간 대비 더 나빠진 상태여서 2023년에도 1000대 기업 매출 외형이 2000조 원을 넘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별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02조2313억 원으로 매출 3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별도 기준으로는 211조8674억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매출 200조 원의 벽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는 1996년 매출 15조8745억 원으로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3위였다. 2002년에 삼성물산을 제치고 국내 매출 1위 자리에 처음 올른 후 21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0년(112조2494억 원)이었다.
지난해 1000대 기업 전체 매출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6%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1년(11.2%)과 2022년(11.5%)보다 다소 낮아졌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매출 1조 원이 넘는 ‘매출 1조 클럽’에는 전년 229곳 대비 29곳 늘어난 258곳이 이름을 올렸다. 매출이 1조 원 이상되는 기업 중에서도 38곳은 10조 원이 넘는 '매출 슈퍼기업군'에 속했다. '매출 10조 클럽' 기업도 2021년 34곳에서 대한항공, LG에너지솔루션, GS리테일, 동양생명 등 4곳이 신규 포함돼 38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 1조 클럽 중 올해 메리츠금융지주로 공식 편입된 메리츠증권의 매출 증가액이 가장 컸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조5691억 원 증가한 56조1639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24조1311억 원으로 1000대 기업 중 전년 대비 가장 많은 4조2337억 원이 감소했다.
1000대 기업 중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두산밥캣이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05% 성장한 2401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1년 새 국내 상장사 매출 '톱10' 순위에 변화도 생겼다. 지난해 기준 매출 1~3위는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68조 9515억 원), 현대차(65조 3083억 원)로 같았지만 메리츠증권(4위←14위), 한국가스공사(5위←13위), 기아(6위←5위), 에쓰오일(7위←12위), SK하이닉스(8위←4위), 삼성생명(9위←8위), 현대모비스(10위←11위) 순으로 바뀌었다. 매출 10대 기업이었던 LG전자(12위), LG디스플레이(14위), 포스코홀딩스(44위ㆍ기업 분할)는 밀려났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지난해는 시장 환경 자체가 좋아졌다기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상승한 원재료 가격이 제품 가격에 일부 반영되면서 매출이 증가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며 “문제는 올해는 자동차와 2차전지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초반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 작년보다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증가세를 지속적으로 이뤄내려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신사업 발굴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