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노동시장 진정시켜야”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지나치게 과열된 노동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 출신인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과 공동 발표한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은 상황에서 우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경기 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간 물가 지표들의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잡혀가고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만큼 빠른 속도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버냉키는 과열된 고용시장이 물가 압력이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은 3월 3.5%에서 4월 3.4%로 떨어졌다. 이직과 구직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을 감안하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같은 기간 미국 고용시장에서 고용주들은 25만3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평균 시급은 0.5% 늘었다. 그만큼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이야기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최근 몇 주간 증가하긴 했으나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일자리는 구직자 수를 넘어서고 있다.
버냉키는 “고용시장 과열 영향은 처음에 크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게 됐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가려면 경제 둔화가 필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물가 상승을 따라잡기 위한 임금 인상이 오히려 새로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버냉키와 블랑샤르는 이 논문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서 실업률이 얼마나 올라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처방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연준이 미국 경제를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뜨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방법을 조율할 수 있다고 적었다.
두 사람은 “노동시장 과열에서 비롯된 일부 인플레이션은 노동의 수요와 공급을 더 나은 균형 상태로 유도하는 정책 조치에 의해서만 역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