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상호평가 기술등급에서 2번째로 낮은 점수 받기도
업무 규정 의무화도 부담...국회의원 눈치 무시할 수 없어
김남국 의원으로부터 발생한 가상자산 시장 논란에 기존 거래소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규정상 정치적 주요 인물(PEPs)을 감시할 때 국내 PEPs는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는 외국의 정치적 주요인물과 국내 정치적 주요인물이 금융거래를 할 때 고객 확인을 요구한다. 국내는 외국의 정치적 주요인물과의 금융거래 감시는 의무로 하고 있지만, 국내 정치적 주요인물에 대한 감시는 필수가 아니다.
PEPs는 자금세탁, 부정부패와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금융 서비스 이용에 있어 제약을 받는다.정영기 김앤장 변호사는 “고위 공직자들은 범죄에 노출이 많이 돼 있는 상황이지만, 모니터링의 대상이 안 된다는 게 부당하다”라며 “내국인 펩스가 도입되면 국회의원 가상자산 거래가 더 많이 모니터링 되기 때문에 보고도 더 잘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유럽 국가들은 국내 PEPs를 감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관련해서는 내부 규정이고, 외부로 알려지면 악용 가능성이 있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국내 PEPs의 공백은 FATF의 상호평가 등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 FATF 상호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2등급인 ‘강화된 후속점검’이다. 평가 구분은 세 가지로 정규 후속점검, 강화된 후속점검, 실무그룹 점검대상 순이다. 한국이 속한 강화된 후속점검에는 미국, 중국, 호주 등 18국이 속해있다.
FATF 보고서에 따르면 40개 부문에 기술평가 등급을 부여하는데 한국은 PEPs와 관련해 2번째로 낮은 PC를 받았다. 기술평가 점수는 C, LC, PC, NC 순서로 나뉜다.
업계 관계자는 “PEPs 관련한 업무 규정은 고시이기 때문에 입법이 꼭 필요하지 않다”라면서도 “주요 정치적 인물에 포함되는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당장 바꾸는 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창국 금융정보분석원(FIU) 제도운영기획관은 “고시를 바꿀 수도 있지만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국회의원, 고위공무원이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이 될 수도 있어 상위법에서 근거를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PEPs가 의무화된다면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도 의심거래가 발생할 때 보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절약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의심거래가 발생했을 때 FIU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보고를 과다하게 하면 FIU가 거래소 알람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결국 거래소 재량이라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PEPs가 의무화되면 기준을 더 강화할 수 있어 분별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