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1분기 포트폴리오의 26.30% 차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비중↑
기술주 저점 매수 전략 통한 것으로 보여
국민연금의 빅테크 보유비중이 5분기 만에 26%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관망했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엔비디아 등 빅테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글로벌 기관투자자가 매 분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주식 보유현황 보고서(13F)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1분기 직접 보유한 미국 주식의 총 가치는 3월 말 기준 549억1900만 달러(약 73조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508억3700만 달러)보다는 8% 넘게 늘었다.
주목할 점은 전체 보유량 중 26.30%가 정보기술(IT)주였다.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기술주 비중을 줄이던 양상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 비중이 26%를 넘어선 건 2021년 4분기(26.42%) 이후 처음이다.
기술주 비중이 늘면서 국민연금은 금융주 비중은 줄였다. 직전 분기 포트폴리오에서 17.56%를 차지했던 금융주는 올해 1분기 15.98%로 줄었다. 미국 중소형 은행주들이 파산하면서 실리콘밸리은행(SVB)와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를 전량 매각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애플로 투자 비중이 6.78%였다.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애플을 51만2861주 추가 매입했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5.23%), PBUS ETF(3.38%), 아마존(2.37%), 엔비디아(1.80%) 순이었다. 보유비중 3위인 ‘PBUS’ ETF도 기술주(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알파벳 등) 비중이 크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전략은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1월 초 125달러대까지 하락했던 애플은 현재 17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이 애플을 하락세에 매입해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40%에 가까운 수익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직장인 최 모(37) 씨는 지난 3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3X ETF(TMF)’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8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연준의 최종 금리가 이전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데 배팅한 것이다. 해당 ETF는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ETF다.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면 3배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최 씨는 “미국 국채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여 처음으로 채권상품에 투자했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분기 국내 투자자의 상위 순매수 종목 10개 중 4개가 고배율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TMF’로 2억3027만달러 순매수했다.
나스닥100 지수 하락 시 3배 수익을 얻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숏QQQ ETF’(SQQQ)는 1억8130만달러 순매수돼 3위로 이름을 올렸다. 6위와 9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 1억1866만 달러)와 ‘프로셰어즈 울트라 블룸버그 천연가스 ETF’(BOIL, 8506만 달러)가 차지했다. SOXL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이뤄진 ICE 반도체 섹터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위험을 좇다가 시장 분위기가 한순간에 바뀐타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