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 용산 대통령실은 14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간호사 처우개선 대선공약은 정부 지원정책으로 메운다.
이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를 벌여 간호법에 대한 우려를 정리하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국회에서 결과브리핑에 나서 밝힌 우려는 △간호 분리에 따른 의료현장 직역 간 갈등 확대 △간호조무사 차별 및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 △돌봄의 간호사 영역화에 따른 협업 어려움과 책임소재 모호성 등이다.
이는 총파업까지 시사하며 간호법 제정을 결사반대하고 있는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를 위시한 13개 단체의 반대논리와 같다. 이처럼 반대 우려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실에서 ‘특수성’을 언급하며 고심해온 건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간호사 처우개선을 공약해서다. 입법 취지는 입장을 같이 하기에 덮어놓고 반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간호협회와 더불어민주당에 중재안을 제안키도 했지만 불발됐고, 결국 거부권 행사로 결론이 나게 된 것이다. 의협 등 반대 단체의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의료현장의 대혼란이 불가피해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중재안 불발 상황을 전하며 “(의료인 파업으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로 인한 국민 건강권 위협 등을 감안할 때 이제 간호법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당의 입장을 오늘 논의를 통해 정리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간호법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윤 대통령의 간호사 처우개선 약속은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만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강 수석대변인을 통해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해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 건 아니고, 간호법 없이 정부 정책으로 가능하다”며 간호법 제정 필요성 자체를 부인한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간호대학 정원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의료기관이 간호인력을 추가배치할 경우 정부 재정지원을 늘려주며, 저연차 간호사를 위한 교육 전담 간호사를 배치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해묵은 문제인 병원의 묵인 아래 수술보자와 처방 대행, 진단서 작성, 시술 등을 맡는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 마련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지원정책 추진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쌀 의무매입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거부권 행사 이후 민주당이 대체입법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동력은 크지 않은 상태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입법과제가 산적해서다. 간호법 또한 거부권 행사 이후 근시일 내 입법이 재시도되거나 대체입법이 추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