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물가 상승 이끌어
연준 목표치 큰 폭 웃돌아
10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이날 4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예상치(5.0% 상승)를 소폭 밑도는 것이자, 2021년 4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또한 미국의 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10개월 연속 둔화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CPI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5%,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이는 모두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주택 임차료를 포함한 주거비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4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8.1% 올랐다. 주거비 상승은 전체 근원 CPI의 약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차 가격도 전월 대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물가 상승에 한몫했다. 중고차 가격은 전달보다 4.4%나 올랐다.
에너지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7% 급락했고,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다. 식료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올랐다.
고물가의 원인이었던 공급 제약은 해소되고 있다. 수송 운임과 주요국 제조업의 수주 잔고와 같은 조사 항목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는 4월 현재 14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의 꾸준한 둔화가 지표로 드러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10회 연속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성명을 통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CPI 발표 이후 연준이 차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0%를 넘어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준이 쉽게 통화 긴축을 늦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또한 에너지 물가와는 다르게 근원 물가의 내림세가 더디다는 점은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 힘을 싣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최근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는 근원 서비스 물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