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원전 34기 중 27기 차지한 러ㆍ중…원전산업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23-05-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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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경쟁력 핵심에 로사톰
원전 건설·운영 등 원스톱 패키지
중국, 자체 개발 ‘화롱 원’ 수출
카자흐스탄과 우라늄 협약 맺어

▲고리원전 2호기. (연합뉴스)
▲고리원전 2호기. (연합뉴스)

원전 산업이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 미래 기술경쟁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원전 수출이 주춤하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 원전시장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실천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3개국에서 건설 중인 수출 원전 34기 중 러시아와 중국이 건설하는 비중은 각각 23기, 4기다. 점유율이 79.4%에 달한다.

러시아 원전 수출 경쟁력의 핵심에는 국영기업인 로사톰(Russia State Atomic Energy Corporation)이 있다.

로사톰은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 우라늄 농축, 운영 및 유지보수 등 신규 원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모든 옵션을 ‘원스톱 패키지’로 묶어 제공한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로사톰은 원전 건설·운영·연료 공급·기술 지원 등을 매개로 43개국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3대 국영기업인 △중국국가원자력공사 △중국광핵그룹 △국영전력투자공사 등을 중심으로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비교하면 원전 수출에서는 후발주자지만 거대한 국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규모의 경제,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대표되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해외 진출 정책에 힘입어 자체개발한 원전인 '화롱 원(Hualong One)'을 파키스탄에 이어 아르헨티나까지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카자흐스탄과는 우라늄 협약을 맺어 국내외 원전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원전 연료 공급망 기반 구축에도 착수했다.

정부 지원과 국영기업 중심의 원전 수출 체제를 갖춘 러시아와 중국과는 달리 여태까지 미국에서 원전 수출은 대부분 민간기업의 몫이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해외에 원전을 수출할 때 핵확산방지(Non-Proliferation) 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하는 것에 그쳤다.

미국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필수적인 핼리우(HALEU, 고순도·저농축 우라늄) 수급도 러시아 로사톰의 원전 연료 자회사인 테넥스(TENEX)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핼리우 수급의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내 핼리우 생산능력 강화를 위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미국 영토 안에서 핼리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은 소규모 실증을 위한 연구시설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SMR을 중심으로 세계 원전 시장 위상 회복을 위해 동맹국과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우리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실천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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