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춘궁기 스타트업 난맥상…“모태펀드 확대 절실”

입력 2023-05-01 15:22 수정 2023-05-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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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기업가치를 낮춰 겨우 다음 시리즈 투자로 넘어간 상태다.”

최근 가까스로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과로로 목이 쉬었다. 시중의 자금이 마르면서 다음 달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 압박감이 몸을 죄어온 탓이다. 미국 진출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듯했던 지난해 초만 해도 회사내 분위기는 활기가 넘쳤으나 직원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이젠 회사의 생사를 고민하게 됐다. 업계에선 “최근 투자를 이어간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100억 원을 넘는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보릿고개를 맞은 벤처·스타트업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금줄이 막히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기업들도 시리즈 A투자에서 B투자로 넘어가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가치를 대폭 낮추는 결단을 통해 일단 살아남는 것에 초점을 맞춘 곳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 VC 관계자는 “금리인상기를 맞아 지난해 말부터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며 “시리즈 A, B 수준 기업들의 경우 투자자금 유치가 원활하지 않아져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곳이 늘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지난해 말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진 영향이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먹고 자라는 스타트업들로서는 한 치 앞을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스타트업 사이에선 “아무래도 거품이 있었던 벤처 생태계가 이번 기회로 자정될 것”이란 자조 섞인 발언도 나온다.

VC업계에선 마중물 역할을 했던 모태펀드 출자 규모가 줄면서 ‘양극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 원으로 책정, 지난해 5200억 원에서 40% 줄었다. 안 그래도 투자기조를 보수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모태펀드 규모가 줄자 투자 결정을 더 미룰 수밖에 없어진 셈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신규 펀드 결성에 난항을 겪는 VC들이 늘어나면 투자 유치에 실패한 스타트업들의 줄도산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에선 결국 모태펀드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식 민간 투자 생태계를 갖추는 방향성엔 공감하면서도 당장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하면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태펀드가 확대되면 시장은 기업의 눈높이가 내려올 때 오히려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벤처투자시장에 10조5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경기 하강기를 맞아 민간투자 유입이 충분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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