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 도입에 먹구름이 꼈지만 창업ㆍ벤처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전문은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최근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 설립에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이 주는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SVB 파산은 대출위험 관리가 아닌 투자위험 관리 실패로 파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SVB의 파산이 △건전한 내부 위험관리 시스템 부재 △중소형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 및 규제 당국의 감독 실패 △예기치 못한 불운의 동시 발생 등으로 일어났다고 봤다. SVB의 파산을 중소기업대출 부실화로 인한 파산 사례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기준 SVB의 대출 손실은 6억3600만 달러다. 이는 유가증권투자로 인한 손실액 176억8500만 달러의 3.6%에 불과한 수준이다. 스타트업 대상 영업 편중화 보다는 투자위험을 관리하지 못한 탓에 파산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모험자본에 신규 자금을 제공하고 기존 투자 자금을 융자로 대체해주는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이 국내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도입 논의 과정에서 정책적 보완사항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더 엄격한 관리ㆍ감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스트레스 완충 제도 도입 시 일반상업은행보다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합리적인 스타트업 및 기술혁신기업 신용평가를 위해 관련 노하우를 지닌 기관과 협업 연계 방안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엔젤투자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평가 업무를 협업하거나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 난이도가 높은 평가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 등이다.
전문은행을 지방에 설립할 경우 특정 지역 대상이 아닌 상호 보완이 가능한 지역을 거점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내용도 제안했다. 기반 산업의 상호연관성이 적은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강 연구위원은 초기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건전성 유지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