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배포된 마약음료에는 1병당 3회 투약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조직에 속한 일당은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뒤 ‘대치동 학원가에 배포하라’며 좌표를 찍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중간수사 브리핑을 통해 “이번 범행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으로 추정되는 한국 국적 이모(25)씨가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지난달 초 중학교 동창인 길모(25·구속)씨에게 마약음료 제조·배송을 지시하면서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길씨는 지난 달 22일 마약 음료 제조에 쓸 중국산 우유를 국내에서 구입했다. 사흘 뒤 25일 밤에는 인천 주택가에서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약 10g를 구매했다.
배포 이틀 전인 이달 1일 새벽에는 강원 원주시 집에서 마약음료를 제조했다. 경찰은 길씨가 마약음료를 100병 만든 점으로 미뤄 병당 0.1g의 필로폰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했다. 통상 필로폰은 한 번에 0.03g 투약한다.
일당은 지난 달 31일부터 이달 2일 사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기억력 상승·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진행할 알바생 4명을 모집했다. 이 중 1명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당은 15~18만 원이었다.
이들이 ‘마약음료’임을 인지한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 알바생은 지난 3일 오후 2~3시 원주에서 택배와 퀵서비스로 배송된 마약음료를 전달받았다. 또 ‘대치동 학원가에 배포하라’는 윗선 지시도 받았다.
이들은 같은날 오후 4시50분께부터 오후 9시께까지 2인1조로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마약음료를 나눠줬다. 중국에 있는 일당은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며 받은 부모 번호로 이튿날 오전 협박 전화를 걸었다.
마약음료는 모두 18병이 배부됐고 이 가운데 8병을 9명(학부모1명 포함)이 마셨다. 4명은 받기만 하고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구토와 어지러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명은 계속 조사 중이다.
경찰은 중국 체류 중인 것으로 보이는 피의자 3명을 추가로 특정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향후 현지 법집행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이들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계획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학교·학원가에서 수험생 등을 타깃으로 일반 식품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고 속이거나 무료로 나눠주는 행위가 있는지 파악에 나섰다. 17일 식약처는 전국 학교·학원가 주변 식품판매 업소 등 200여 곳에서 일반 식품을 기억력 향상이나 집중력 강화 효능이 있는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는 거짓 광고를 하는지, 미등록 업체에서 제조한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는지 등을 21일까지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