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 파악·감독 어려워”
12일 일본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작년 2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총 7억4000만 달러(약 9803억 원) 규모의 미국산 반도체를 사들였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한에도 수입량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약 2억7000만 달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산 반도체는 대부분 중국과 홍콩을 거쳐 러시아로 흘러 들어갔다. 중국과 홍콩을 통한 거래는 미국 반도체 수입의 75%를 차지했다. 거래 건수는 1774건, 거래 금액은 5억7000만 달러였다. 홍콩과 중국을 거친 반도체 수입 비중은 각각 49%, 26%였다. 거래업체 대부분은 중소기업이었으며,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설립된 신생기업도 포함됐다. 12월까지 최소 13차례에 걸쳐 1만 개 이상의 미국산 반도체를 수출한 홍콩 기업의 설립자가 러시아인인 경우도 있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다. 미사일, 전투기 등 전쟁 물자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걸어 잠가 러시아의 무기 생산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특히 고성능의 미국산 반도체는 무기 제작에 필수적이다. 방위 기술에 정통한 나시야마 준이치 미래공학연구소 연구원은 “미사일 등의 제어에는 연산처리 능력이 높은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도 제재 허점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출 관리에 정통한 벨기에 플랑드르평화연구소의 디델릭 쿡스 주임 연구원은 “공급망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반도체의 최종 목적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고, 감독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직원이자 홍콩 변호사인 벤저민 코스제바도 “작은 업체들은 제재를 받더라도 새로운 이름의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막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