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청와대보다 도감청 방지 훨씬 강화돼"
"사실확인" 하루만에 "거짓"…2주 앞둔 尹 국빈방미 고려
김태효, 방미하며 "전달할 입장도, 한미동맹 변수도 없다"
위조 주체 러시아 관측…"대부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용산이전 비판 소재로 쓴 野에…"자해행위이자 국익침해"
용산 대통령실은 11일 미국 정보당국의 한국정부 도·감청 문건에 대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결론을 냈다. 미 현지언론에서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도감청 한 기밀문건이 유출됐다는 보도를 한 지 이틀 만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운용 중에 있다”며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안보실 등이 산재해 있던 청와대 시절과 달리 현재는 통합 보안시스템과 전담 인력을 통해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에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히려 청와대 시절 벙커 구조물은 반쯤 지상으로 돌출돼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의 보안·안전은 오히려 용산 청사가 더 안전하다”며 “청사 보안 문제는 이전 때부터 완벽하게 준비했고 정기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 밝히고, 이날부터 15일까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방미해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 전한 바 있다. 이후 하루 만에 위조라는 결론을 내린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 국빈방미가 2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기에 의혹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차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가 알려진 이후 우리도 내부적으로 평가해봤고 미국도 여태 자체조사를 해 오늘 아침 양국 국방장관이 통화해 견해가 일치한 게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것”이라면서 미 측에 전달할 입장에 대해 묻자 “할 게 없다. 제 방미 목적은 이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도감청 의혹이 한미동맹에 변수가 될 가능성에 대해선 “변수가 될 수 없다”며 “미국이 세계 최강의 정보국이고 양국은 윤 대통령 취임 후 11개월 간 모든 영역의 정보를 공유해왔으며 중요 정보활동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미 역량은 큰 자산이고 양국 신뢰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위조 주체에 대해선 러시아 측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문건상 도감청 내용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실이 주목하고 있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유출된 자료 대부분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내용이고 미국에선 일부 내용이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특정세력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도감청의 원인으로 용산 이전을 지목하며 비판해온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에서 “민주당은 진위 여부를 가릴 생각 없이 용산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식의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며 “이는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핵 위협 속에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 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전쟁에는 국경이 없다. 한미 정보동맹을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 민주당의 외교 자해행위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야권은 지난해 5월 4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의 신원식 의원도 도·감청 등 보안 위험을 지적했던 점을 들어 용산 이전으로 도감청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