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통화 중 가장 좋은 성적
은행위기에 안전자산으로 주목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이달 들어 3.8% 올랐다. 유로화(2.3%), 영국 파운드(2.4%) 등 주요국 통화 중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엔화 가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 불안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공포 심리가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하면서 엔화가 ‘피난처’로 주목받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엔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통했던 스위스 프랑이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신뢰가 바닥난 것도 엔화 가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 위기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엔화 가치 하락을 촉발했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엔화 가치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전환하면서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도이체방크의 투자 계열사인 DWS그룹은 향후 12개월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25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131엔대다. 지금보다 엔화 가치가 약 4.5% 이상 오를 것이란 이야기다.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9% 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야이리 유스케 노무라인터내셔널 외환 전략가는 “최근 미국과 유럽을 덮친 금융 불안 리스크가 경기둔화 가능성을 높였다”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화에 투자할 때 더 쉽게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