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야당서 의도적으로 논의 늦춰"
野 "그런 적 없다"…네 탓 공방만
업계 "투자자 불안, 제정 서둘러야"
가상자산 관련 법안 입법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입법이 시급한데 야당이 법안 논의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며 비판을, 야당에서는 “법안을 의도적으로 늦출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것을 계기로 가상자산 관련 규제의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8일 법안소위를 열고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을 논의한다. 현재 국회에는 총 18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2021년 5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제정안 11개, 개정안 6개가 발의된 상태다.
특히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행위 규제 필요성이 커지며 관련 입법이 쏟아졌다. 불공정 행위 규제 관련 여야 간 큰 이견과 쟁점이 없었지만, 법안은 지난해부터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가 열릴 때마다 논의가 밀렸다. 28일에도 정무위 법안 소위가 열리지만,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실제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수일이 걸릴 전망이다.
여당에서는 야당에서 의도적으로 입법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발의된 법안이 많고 여야 견해차가 크지 않은 만큼 계류 중인 법안으로 심사하면 되는데, 새 법안 발의를 위해 의도적으로 논의를 늦춘다는 입장이다. 한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숟가락을 놓으려는 세련된 발목잡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투자자 보호 중심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며, 4월 전문가와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개최한 제7차 민당정 간담회에서 “법안 심사 소위가 3월 말에 열리는 데 (법 제정까지)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면서 “민주당 쪽에서 법 제정 속도를 조절하고 싶어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겨냥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런 얘기하면 정치적 공세라고 하니까 하면 안 되겠지만”이라면서도 “저희들의 업적으로 기록이 되는 것에 대해서 싫은 건지”라고 말했다.
법안을 의도적으로 늦춘다는 비판에 야당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종민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가상자산 관련법을 안건으로 넣자고 말해왔고, 금융위에 쟁점 정리부터 내용 진행을 빨리해달라고 제안한 것도 저희였다”면서 “가상자산 관련법은 당 중점 법안이기 때문에 늦출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 16일 두나무가 개최한 디지털자산 컨퍼런스 ‘DCON2023’에 참석해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업계에 주문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에도‘ 위믹스 유통량 허위 공시’와 ‘코인 상장피 수수’ 등 시장에서 불공정 행위와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일 큰 문제가 국회”라면서 “여야 의원분들 중에 기초적인 디지털 자산법에 있어서 불공정 거래와 고객 자산 분리에 대해서는 반대하시는 분이 없는데, (법안) 통과가 왜 안 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