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로 불렸던 75조 원 규모의 해외부동산 펀드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파산의 여파가 도이치방크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은행의 위기가 자금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부동산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부동산 대출 부실은 은행을 흔드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다시 고개를 든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일어난 은행 사태가 상업용 부동산 산업에 대한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5조6000억 달러 규모의 미결제 상업 부동산 대출 중 절반 이상이 은행 대출”이라고 꼬집었다.
◇‘고금리·은행파산’에 위기 맞은 해외부동산=“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통화 긴축 정책을 편 후 상업용 부동산이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위험 영역 중 하나가 됐다. 연준이 (금리 인상이라는) 제동을 걸면 무언가가 자동차 앞 유리를 뚫고 나가는데 은행이 영향을 받았고, 이제는 상업 부동산가 영향을 받을 차례다.”(3월 21일 조지 개치 JP모건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유럽미디어 서밋)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잇달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월간 설문조사에서 투자자들은 2020년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고, 그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상업용과 사무실용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저당증권(CMBS·Commercial MBS)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월 기준 CMBS 연체율은 3.12%다. 전달보다 0.18%포인트 올라 2020년 6월 이후 2번째로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사무용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CMBS의 연체율은 전월 대비 0.55%포인트나 상승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에 육박한다. 1~2월 두 달간 CMBS 발행액은 9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급감했다.
김우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은행들의 대출위험 관리 강화 등으로 CMBS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러한 위험이 다시 중소형 은행의 대출자산 부실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014년만 하더라도 8조3675억 원에 그쳤다. 그러나 해가 다르게 몸집이 붇더니 2015년 12조 원을 넘어섰고, 2019년 54조2452억 원, 2020년 60조7158억 원, 2021년 67조 5244억 원, 2022년 74조1849억 원 까지 덩치가 커졌다.
규모가 늘어난 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하나대체운용이 이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이베이 오피스 투자자들은 2년가량 배당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자산 가치가 폭락한 탓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펀드에 담아 국내에 들여온 뉴욕 소재 ‘1551 브로드웨이 프로퍼티(The 1551 Broadway Property)’도 손실 구간에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대체자산운용이 사들인 미국 워싱턴 소재 ‘센티넬2스퀘어’도 5년이 경과했지만,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지분투자 리츠는 손실구간에 있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소형 은행들은 최근 뱅크런 우려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리파이낸싱은 점차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디폴트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