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 강타한 은행위기…CS, 70조원 긴급수혈 받았지만 시장 ‘살얼음판’

입력 2023-03-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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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유동성 위기에 주가 사상 최저치
스위스 중앙은행,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 긴급 대출
미국·유럽·아시아증시 일제히 하락
CS 관리 자산 규모, 한국 정부 예산 3배 이상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은행 위기가 강타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최근 미국에서 은행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자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에 크게 흔들리면서 혼란을 극대화하고 있다.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이날 CS에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 원) 상당의 긴급 대출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CS 주가가 장중 30% 이상 폭락하고 종가 기준으로도 24% 이상 하락한 1.7스위스프랑을 기록, 사상 최저치로 마감하자 당국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뉴욕증시에서도 CS 주식예탁증서(ADR) 가격은 14% 가까이 빠졌다. 대출 결정은 SNB가 유동성 제공을 약속한 지 수 시간 만에 이뤄졌다.

CS는 성명에서 “SNB로부터 차입과 단기 유동성 약정을 통해 자금을 조달,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선순위 채권 일부를 최대 30억 스위스프랑에 환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S 폭락은 글로벌증시에도 타격을 줬다. 전날 미국증시 다우지수는 0.87% 하락했고 범유럽 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2.92% 급락했다. 이날 아시아증시는 SNB의 개입에 낙폭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0.08% 내렸고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0.80%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12% 떨어졌다.

반틀레온의 올리버 샤르핑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공황상태”라며 “트레이더들은 안전성을 확보하려 뒤엉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CS 위기가 터진 것은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이 추가 지분 확보 계획이 없다고 밝힌 탓이다. 현재 사우디국립은행은 CS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CS는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터라 지원이 필요했지만, 사우디 측은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알 쿠다이리 사우디국립은행 회장은 15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지분율이 10%를 넘으면 스위스나 유럽 규제 당국의 새로운 규칙이 발동된다”며 “우린 새로운 체제에 들어갈 의향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한 바탕 혼란이 펼쳐진 후 CS와 스위스 당국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특히 SVB 파산 사태와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SNB와 스위스 금융감독청은 공동성명에서 “현재 미국 금융시장 혼란과 관련해 스위스 금융기관에 직접적인 전염 위험이 있다는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악셀 레만 CS 이사회 의장은 긴급회의에서 “수익성이 회복 중인 우리와 미국 소규모 은행들을 강타한 심각한 유동성 문제는 비교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미국 은행의 연쇄 파산에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진 상황에서 SVB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규모인 CS가 흔들리자 글로벌 금융시장도 한층 취약해졌다는 평가다. CS가 관리하는 자산규모는 2020년 기준 1조5120억 스위스프랑(약 2137조 원)으로, SVB의 7배에 달한다. 심지어 이는 지난해 우리 정부 예산(약 604조 원)의 3배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CS가 무너지면 글로벌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ABN암로의 주스트 보몬트 은행 리서치 대표는 “설상가상으로 대서양 양쪽 모두 은행 문제를 안고 있다”며 “규제 당국이 CS 상황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업계 전반에 충격파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소시에테제네랄 회장은 “금융시스템 일부가 위기에 빠졌을 때 투자자들은 ‘다음은 누굴까’하고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전체 시스템에도 어느 정도 전염이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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