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일본 수입車의 반격

입력 2023-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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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만5253대 일본차 판매 정점
한국닛산 철수, 日수출규제 등에 발목
일본 브랜드 수입차 상당 부분 美생산
한일 관계회복 등에 힘입어 회복 전망

(그래픽=이투데이 )
(그래픽=이투데이 )

일본의 수출규제와 우리의 불매운동 사이에서 고전해온 일본차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한때 수입차 시장 점유율 20%에 육박하며 운신의 폭을 확대해온 일본차는 국제정세 변화와 브랜드 철수 등에 발목 잡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고작 6%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부터 일본 브랜드의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한일 양국 사이에 ‘관계개선’이라는 목표가 뚜렷한 만큼, 화해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치적 해석과 방법론ㆍ외교적 접근 방식 등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전히 찬반 논란이 크게 엇갈리는 반면 산업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한국의 현대차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를 앞세워 20년 만에 일본 재공략에 나선 만큼,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일본차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러스트=이투데이 )
(일러스트=이투데이 )

◇일본 수입차 판매 4년 새 62% 폭감

일본 브랜드 수입차 판매는 최근 4년 사이 무려 62%나 급감했다. 2018년 기준 4만5253대가 팔렸던 일본차는 이듬해인 2019년 3만6661대로 판매가 19% 감소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징용공 배상문제에 대한 보복으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마다 단골 타깃이 됐던 일본차도 이때부터 부침을 겪었다.

이듬해인 2020년 판매는 전년 대비 무려 44%나 감소한 2만500여 대에 머물렀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가 차지하는 비율도 전년(14.9%) 대비 한 자릿수로 내려앉아 7.5%에 그쳤다.

여기에 판매 부진을 겪었던 한국닛산의 철수도 전체 일본차 판매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2020년, 한국닛산은 서비스망과 부품공급망만 남기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 역시 닛산과 함께 짐을 쌌다.

당시 일본차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이에 대해 역설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수입차 시장에서 팔리는 일본 브랜드의 상당수가 일본 생산분이 아닌, 미국 생산분이다. 한미FTA 협약에 따라 미국공장에서 만든 일본차는 관세 없이 한국에 팔 수 있다. 한국의 배기가스 및 안전기준이 미국과 같다는 것도 미국산 일본차의 한국행을 부추겼다.

그런데도 브랜드 자체가 일본인 탓에 국내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웠다.

▲21세기 일본차는 난해한 디자인을 앞세워 시대를 앞서갔다. 십수년 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디자인 철학과 제품 전략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 평범한 3박스 세단에 머물렀던 토요타의 ‘크라운(Crown)’은 이제 미래차 영역에 성큼 다가서면서 다양한 모델로 가지치기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크라운 크로스오버와 스포츠ㆍ세단ㆍ에스테이트의 모습.  (출처=토요타뉴스룸)
▲21세기 일본차는 난해한 디자인을 앞세워 시대를 앞서갔다. 십수년 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디자인 철학과 제품 전략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 평범한 3박스 세단에 머물렀던 토요타의 ‘크라운(Crown)’은 이제 미래차 영역에 성큼 다가서면서 다양한 모델로 가지치기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크라운 크로스오버와 스포츠ㆍ세단ㆍ에스테이트의 모습. (출처=토요타뉴스룸)

◇2023년 일본차 반격의 원년
급기야 지난해 일본 브랜드 수입차 판매는 1만6991대에 머물렀다. 수입차 시장에서 비중도 5.9%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5년 전인 2007년(1만7633대) 이후 최저 수준. 일본 브랜드가 가장 많이 팔렸던 2018년(4만5253대)과 비교해 판매는 62.5% 감소한 규모다.

일본 브랜드의 위축은 2020년 불매운동 이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2015년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국내에 론칭하면서 가장 먼저 겨냥했던 타깃은 엔트리급 고급차 시장, 바로 일본차였다.

이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고급차 시장 대신 독일 3사의 중저가 모델을 비롯해 일본 고급차들이 포진한 시장을 노렸다.

실제로 촘촘한 판매망과 ‘국산’이라는 이점을 살려 제네시스는 빠르게 고급차 시장을 점령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제네시스가 뛰어들지 않는 1억 원 이상의 고급차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정면 대결을 피했다.

반면 이들과 달리 브랜드 전략과 모델 라인업이 제한적이었던 일본차는 제네시스 호황에 역풍을 맞았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이로 인한 불매 운동은 이런 현상을 더 가속화시킨 것이다.

본격적인 일본차의 반격은 올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일본차가 지난해를 저점으로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 중이다. 2018년부터 숨 가쁘게 SUV와 전기차로 영역을 넓혔던 제네시스가 당분간 신차 가뭄에 접어든다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여기에 일본차의 대표주자인 토요타가 한국시장을 겨냥해 본격적인 전동화 및 대형화를 추진하면서 대대적인 회생 전략을 천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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