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 개인동물원에 갇혀 구조 기다려
영국 이코노미스트, 동물단체 유애니멀스 조명
러시아 포격에도 목숨 걸고 동물 구조
포포바는 러시아의 침공 이래 지금까지 최소 야생동물 600마리를 구출했다. 동물 다수는 최전선 인근의 주택이나 개인 동물원에서 애완동물로 길러지다 버려진 경우였다. 사진 속 강아지나 고양이를 안고서 탈출하는 시민의 모습은 종종 포착됐지만, 호랑이나 사자까지 업고 탈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포포바가 구조했던 호랑이 알렉스 역시 같은 이유로 울타리에 갇혀 있다가 현재는 임시 보호소에 머물고 있다.
포포바는 “동물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 밖) 유럽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포바는 러시아의 공습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엔 위험천만한 일도 있었다. 바흐무트에서 발견한 곰을 마취하던 포포바는 러시아의 폭격이 격렬해지자 대피하라는 당국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고 잠시 후 몇 미터 밖에서 수류탄이 떨어졌다. 목숨을 잃을 위기였지만, 다행히 수류탄은 터지지 않았다.
포포바는 “곰에게 ‘우린 같이 죽을 거야’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날 이후로 군인들은 내게 미쳤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에도 그는 전장을 누볐고 우크라이나군이 이따금 그와 동행하며 동물을 차에 싣는 것을 도왔다고 한다.
키릴로 트란틴 유애니멀스 국장은 “그곳에 있는 코끼리 중 한 마리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엄호하는 법을 배웠지만, 다른 동물들은 계속해서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탄했다.
암울한 전장에도 희망은 있다. 최근 포포바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에서 임신한 암사자를 구출했다. 이후 암사자는 빠른 회복을 보였고 세끼 세 마리를 건강하게 낳았다. 단체 회원들은 이런 작은 기적으로 하루를 버티면서 전장을 지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호랑이 알렉스를 덮고 있던 핏자국은 사라졌고 그는 살이 찌기 시작했다”며 “포포바는 키이우 인근에 미사일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동물들에게 진정제를 계속 투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