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성장 원동력, 이제 ‘중국’ 아닌 ‘인도’…GDP, 영국 넘어 세계 5위

지난해 GDP 성장률 6.7%...중국 두 배 이상 웃돌아
IMF “2027년 일본도 제칠 것” 전망
인구 증가 따른 내수 확대가 장기 성장 견인
인플레는 경제 성장 복병

▲사진출처 AP뉴시스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성장 원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강도 방역 규제인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중국이 주춤한 사이 인도가 꾸준한 인구 증가와 내수 확대에 힘입어 고속 성장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7% 증가해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3.0%에 그친 중국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였다고 지난달 2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매년 4월 시작하는 회계연도에 맞춰 연간 경제성장률을 공식 발표하지만, 닛케이는 이날 인도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인도 회계연도 3분기) GDP 통계치를 바탕으로 2022년 성장률을 산출했다.

인도의 미국 달러 기반 명목 GDP는 지난해 약 3조3800억 달러(약 4479조 원)로,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의 80%에 육박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올해 이후에도 6%대 고성장을 이어가며 2027년에는 일본에도 역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는 인구학적으로도 중국에 유리하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도는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2021년 정점에 달했지만, 인도는 2060년대까지도 계속 증가해 17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 팽창이 인도의 장기적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국가 중 하나였다. 2020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엄격한 도시봉쇄 조치가 시행됐고,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1년에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또 한 번 타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단계적인 경제 활동 재개에 코로나19 이전의 성장 속도를 되찾았다.

니르말라 사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지난달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경제가 올바른 궤도를 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인도 신용평가사 레이팅스앤드리서치의 데벤드라 쿠마르 판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수출 주도 경제라면 인도는 내수에 더 의존한다”며 “이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타격이 덜하다. 인도가 중국보다 잘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치솟는 물가는 고속 경제 성장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중앙은행(RBA)은 중장기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를 4%로 정하고 허용범위를 2~6%로 제시했는데, CPI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도 허용범위 상한을 훌쩍 넘은 6.5%를 기록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인도중앙은행은 지난해 5월부터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긴축 기조는 곧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개인 소비에 역풍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4%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3분기(6.3%)보다 크게 둔화했다.

산업구조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인도의 제조업은 전체 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그쳐 중국(약 28%)보다 낮아 내수 확대에 경제 성장을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 실업률은 7% 정도로 여전히 높다.

니시하마 도오루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에서는 내수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수입 확대로 경상 적자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비중을 25%로 끌어올려 인구증가에 경제성장을 크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