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 원유 공급차질 가능성도 다시 부각되면서 향후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26일 한국은행은 '최근 글로벌 원유시장 주요 수급요인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둔화 및 미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와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요증가 기대가 혼재하면서 80달러대에서 등락 중이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가격상한제 등 서방의 제재조치 이후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공급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이는 자체적인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확보 등 러시아의 적극적인 제재 우회 노력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향후 러시아의 공급여건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하는 평가도 있다. 최근의 감산 발표는 명목상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는 모습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EU를 대신할 대체수요처 확보가 쉽지 않음을 반증한다는 견해다.
제재 이후 중국, 인도 등 아시아지역으로의 수출이 늘어남에 따라 운송 거리 및 기간이 크게 증가하면서 기존에 확보한 그림자 선단으로는 운송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해상운송이 주로 시작되는 발트해의 경우 겨울 유빙으로 인해 3~4월까지 운송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BP, Shell 등 글로벌 석유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데다 서방의 제재조치로 최신 장비 및 기술 도입이 어려운 점도 향후 러시아 공급차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러시아의 감산 소식에도 사우디 등 OPEC 회원국이 기존 감산규모를 유지하기로 하며 러시아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도 향후 글로벌 원유공급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발 수요 증가도 변수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중국경제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바탕으로 중국의 원유수요 전망치를 연이어 상향 조정하는 모습이다.
중국 춘절기간 동안 항공여행 등 이동성 지표가 강한 반등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여행수요 확대 등으로 글로벌 항공연료 수요는 팬데믹 이전 수요의 90%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월 중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민간 정유회사를 중심으로 2020년 4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산업활동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다만 낮은 가계소비 여력, 부동산시장 부진 등 리오프닝 효과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어 구체적인 회복양상에 대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보고서는 "최근 유가는 수요둔화 우려 및 중국 리오프닝 기대가 교차하며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으나 향후 러시아 원유공급 상황과 중국경제의 재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급 측면에서는 러시아 원유공급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유가 안정에 기여했으나 최근 감산 발표 이후 유가상한제 등 제재로 인한 공급차질 요인이 다시 부각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는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원유 수요 증가가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하겠으나 향후 중국경제의 구체적인 회복양상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변화하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향후 원유시장은 경제적 변수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지정학적 요인에 따라 변동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해당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