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반하여, 특정 사업 부문의 성장성을 보고 분할 전 회사에 투자했던 소수 주주들은 해당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될 경우 그 사업 부문에 대한 의결권이나 경영 감시 권한을 상실한 채 분할 후 모회사의 주주로 남게 되어 선택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결국 물적분할은 인적분할에 비하여 기업들의 투자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 주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 지배주주의 투자 의욕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소수 주주들의 선택권 침해를 적절히 구제해 주는 기업 분할제도가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인적분할이냐 물적분할이냐의 이분법적 접근보다 두 분할 방식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분할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다임러는 트럭 부문을 인적분할하여 다임러트럭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신생 다임러트럭의 지분 35%를 모회사인 다임러가 보유하고, 나머지 65%의 지분을 다임러 주주들에게 다임러 주식 2주당 다임러트럭 주식 1주꼴로 배분하였다. 이는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모회사가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으로 주주들의 선택권 침해를 보상해 준 사례다.
이와 유사한 국내 사례로 KT의 현물출자 후 현물배당을 들 수 있다. KT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회사를 설립한 후 모회사가 갖게 되는 자회사 지분의 일부를 모회사 주주들에게 현물배당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외형상 다임러트럭의 분할 사례와 유사하지만 현물배당 시 15%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 즉 제도의 부재로 주주들에게 주어져야 할 보상의 일부가 세금 형태로 정부에 주어진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15%에 달하는 배당세를 감안하면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순수 민간기업이 과연 현물배당이 전제된 물적분할을 할지 의문이다.
또 다른 분할 사례로 미국 CBS라디오의 경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CBS코퍼레이션은 CBS라디오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CBS코퍼레이션 주주들에게 주식교환청구권을 부여하고, CBS코퍼레이션 주식 가치 1달러당 CBS라디오 주식 가치 1.08달러의 교환비율을 제시하였다. 즉 모회사 주주 중 교환을 원하는 주주들에게 모회사가 가진 자회사 지분 일부를 7% 할인된 금액으로 모회사 주식과 교환해 주고, 교환을 통해 모회사가 얻게 되는 자사주는 자본 감소를 반영하여 소각하였다. 이 역시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주주들의 선택권 침해를 구제해주는 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국내 사례로 OCI 등의 인적분할 후 공개매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인적분할을 통해서 분할자회사의 지분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배정한 후, 모회사가 공개매수를 통해 분할자회사의 지분을 다시 사들여 지배력을 확충하는 수단이다. 이는 주식교환청구권 제도와 정반대의 방법으로 같은 형태를 달성하는 주주친화적인 수단이지만, 공개매수를 위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기업만 할 수 있다는 점과 보유 현금에 따라 추후 신주 발행을 통한 투자 규모 역시 제약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이는 주식교환청구권 제도가 인정되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을 사회적 손실이다.
우리 정부는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 관련 규제에 있어서 주식매수청구권 의무화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그러나 특정 사업 부문을 보고 분할 전 모회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은 제대로 된 구제안이 아니다. 더욱이 현금으로 매수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금지에 가깝다. 앞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기업들도 과거와 달리 주주의 선택권 침해를 보상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경직적인 기업분할 제도가 ‘투자’와 ‘보상’이라는 측면에서 모두를 ‘루저’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