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의 성과급 지급 논란이 연일 가열되자 주요 은행과 카드사들이 줄줄이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년후 금송아지보다 당장 물 한모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인하로 급 선회한 분위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이달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p) 낮추기로 결정했다.
KB주택담보대출 금리(신잔액코픽스 기준)가 최대 0.35%p,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대 0.55%p 인하된다.
카카오뱅크도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0%p 인하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모두 4%대로 내려왔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최대한도도 각각 기존 2억5000만 원, 2억 원에서 3억 원, 2억4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대금리를 늘려 사실상 실질 금리를 낮췄다. 은행의 금리는 통상 코픽스, 금융채 등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뺀 값을 대출 차주에게 최종 금리로 적용한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자금 조달 비용과 마진 등을 고려해 임의로 덧붙이는 금리다.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이 가산금리를 줄였다.
우리은행은 차주 개인의 거래 실적 등에 따라 금리를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늘렸다.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에는 0.45%p,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에는 0.20%p씩 늘렸다.
그 결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4∼6.04%로 낮아졌다.
카드회사들도 카드론 금리를 줄줄이 내리는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장기 카드 대출인 카드론의 평균 금리를 지난 1월 기준 14.70%로 전월 대비 1.66%p 내렸다.
삼성카드의 1월 카드론 평균 금리도 15.13%로 전월 대비 0.53%p, 신한카드는 14.67%로 0.36%p 내렸다.
개인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삼성카드는 지난 1월 기준 14.95%로 2.77%p 인하했고 신한카드는 14.96%로 1.25%p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16.36%를 기록하는 등 최고 16%대를 기록했던 카드론 금리가 최고 15%대로 하락했다.
은행과 카드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보다 실효성 있는 사회공헌 대책을 내놓으라는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은행권은 서둘러 10조 원 규모 사회공헌자금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은행이 실제로 출연하는 재원은 지난달 27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5000억 원 규모의 '2023 은행 동행프로젝트' 가동 계획에 2800억 원이 더해진 수준에 불과해 논란이 됐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3년 후 금송아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대출 차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의미로, 은행들이 이번 주부터 금리 인하에 나선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3년간 10조 원 지원안’에 대해 금융위 내부에서도 성급한 대책이라 여론을 달래기에 부족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 2금융권 차주 대상 대출 대환 상품 출시 등이 은행이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서민에게 금융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축소했던 카드론을 늘리고 있다"면서 "카드론 공급은 추후 더 늘어날 것이며 앞으로 시장 금리가 점진적으로 낮아지면 카드 대출 금리도 여기에 맞게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