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한국에만 있는 ‘주기적 지정감사제’ 폐지해야”

입력 2023-02-08 12: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상의, 금융위에 경제계 의견서 전달

경제계가 ‘주기적 지정감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 회사가 6년 이상 동일 감사인을 선임한 경우 이후 3년간 정부가 새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인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비효율적 규제라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금융위원회에 주기적 지정감사제에 대한 경제계 의견서를 전달했다. 건의서에는 “지정감사제 도입이 감사인-피감기업 간의 유착 관계 방지 등 독립성 강화에 치중되어 감사품질이 떨어지고 기업 부담만 증가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외부감사인 품질관리 감리 관련 지적 건수가 2019~2020년에는 평균 11.5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평균 13.9건으로 약 21% 늘었다.

상의는 지정감사제가 피감기업의 업종, 특성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감사인을 선임하게 돼 감사품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피감기업과 지정감사인 간 매칭은 기업 규모와 회계법인 규모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루어져 감사인이 전문성을 갖췄는지 고려할 수 없다.

감사인 후보가 적은 문제도 있다. 공인회계사법 21조 3항에 따라 감사인은 동일한 기업집단의 감사·비감사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없어 자산 2조 원 이상의 ‘가군’에 속한 상장사는 감사인 선임에 어려움이 있다.

상의는 지정감사제가 기업 부담을 필요 이상으로 증가시킨다고도 지적했다. 기업의 규모, 거래구조의 복잡성, 업종의 특수성에 따라 기존 감사인 대비 투입되는 감사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감사보수도 늘어나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상의는 빈번한 감사인 교체로 인해 전기의 감사인이 검토한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에 대해 신규 지정감사인이 과도한 지적을 하는 경우가 늘어 기업의 재무제표를 수정하고 주주 신뢰가 하락하는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도 우리나라만 지정감사제를 도입해 기업의 불편과 감사품질 저하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대형 분식회계 사건을 계기로 회계개혁을 단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지정감사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했다는 게 상의 측의 설명이다.

미국은 2001년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계개혁법을 제정하면서 감사인 의무교체제도 도입을 고려했다. 그러나 감사효율 저하로 인한 비용이 감사인 독립성 제고라는 편익을 초과한다는 판단하에 도입을 철회하고 자유수임제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감사인 의무교체제를 채택한 영국은 2021년 제한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논의했다. 그러나 의무교체제를 도입하는 대신 공유감사제도, 회계법인 감독강화, 감독체계 개편 등 시장 작용을 통한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 EU도 의무교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상의는 “지정감사제는 감사인 독립성 측면에서 효과는 있지만, 감사인 적격성 하락, 경쟁유인 약화, 기업부담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지정감사제를 폐지하거나 전문성·독립성이 조화된 제도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기업들은 ESG 차원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작용이 큰 지정감사제보다는 내부고발 및 감리 강화, 감사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잠자던 내 카드 포인트, ‘어카운트인포’로 쉽게 조회하고 현금화까지 [경제한줌]
  • 긁어 부스럼 만든 발언?…‘티아라 왕따설’ 다시 뜨거워진 이유 [해시태그]
  • 단독 "한 번 뗄 때마다 수 백만원 수령 가능" 가짜 용종 보험사기 기승
  • 8만 달러 터치한 비트코인, 연내 '10만 달러'도 넘보나 [Bit코인]
  • 말라가는 국내 증시…개인ㆍ외인 자금 이탈에 속수무책
  • 환자복도 없던 우즈베크에 ‘한국식 병원’ 우뚝…“사람 살리는 병원” [르포]
  • 트럼프 시대 기대감 걷어내니...高환율·관세에 기업들 ‘벌벌’
  • 소문 무성하던 장현식, 4년 52억 원에 LG로…최원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
  • 오늘의 상승종목

  • 11.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3,623,000
    • +3.58%
    • 이더리움
    • 4,397,000
    • -0.41%
    • 비트코인 캐시
    • 600,500
    • +1.35%
    • 리플
    • 813
    • +0.25%
    • 솔라나
    • 290,100
    • +2.04%
    • 에이다
    • 816
    • +2%
    • 이오스
    • 779
    • +6.28%
    • 트론
    • 231
    • +0.87%
    • 스텔라루멘
    • 153
    • +2%
    • 비트코인에스브이
    • 82,750
    • +1.53%
    • 체인링크
    • 19,370
    • -3.54%
    • 샌드박스
    • 403
    • +1.7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