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러 제재 적극 참여 않는 중국·튀르키예·UAE로 우회해 수입
중국이 각종 대러 제제를 받는 러시아에 군수 장비를 공급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해왔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이 글로벌 분쟁과 안보 문제를 다루는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로부터 입수한 지난해 4~10월 러시아 세관 기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제재로 대러시아 수출이 제한된 품목 8만4000건이 러시아에 수입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 '폴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월 31일 러시아 국영 군사장비업체 'JSC로소보넥스포트'에 M-17 군용헬기의 항법장치를 수출했다. 같은 달 '푸젠 나단 바오펑 전자'도 같은 러시안 업체에 장갑차용 통신방해 망원안테나를 판매했다.
10월 24일에는 중국 국영 항공기제조사 AVIC가 러시아의 거대 방산업체 로스텍의 자회사인 AO 크레트에 Su-35 전투기 부품을 수출했다. 수출 규모는 120만 달러에 달했다.
중국 시노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200만 달러어치의 1300여 차례 '이중용도' 물품을 수출해 중국 업체 중 가장 많은 이중용도 물품 수출 업체 중 하나로 꼽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러시아에 금지된 방위 관련 물품을 수출한 혐의로 미국 국무부의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용도 물품은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전 수행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대표적인 이중용도 물품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5일 미국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지난해 서방의 제재 가운데에서도 반도체의 약 40%를 중국과 홍콩으로부터 공급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유명 드론업체 DJI의 무인기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DJI 측은 "자사의 무인 항공기가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도 "구매자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의 다른 국가에서 사들인 다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서방은 지난해 반도체와 적외선 카메라, 레이더 장비 등을 대러 제재 품목에 올렸다. 하지만 제재 대상 품목의 상당수가 중국은 물론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서방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국가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맞서기 위해 '무제한적' 파트너십을 맺기로 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류펑위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적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하며 의도적으로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해서는 "중국은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는 일방적인 제재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