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1700여 명의 직원이 짐을 싸고 떠났다. 애초 희망퇴직 규모가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고물가에 경기 불확실성으로 재취업이나 창업보단 자리 지키기를 결심한 직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준정년 대상자 271명, 임금피크 대상자 8명 등 총 279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떠나게 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 희망퇴직을 통해 떠난 478명(준정년 250명·임금피크 대상 228명)보다 199명 줄어든 규모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자로 선정되면 직급, 연령에 따라 최대 24∼36개월 치 평균 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우리은행도 전날 희망퇴직자 총 349명을 확정했다. 올해 희망퇴직 규모는 작년(415명)보다 66명 줄어든 것이다. 우리은행은 관리자는 1974년 이전 출생자, 책임자는 1977년 이전 출생자, 행원급은 198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자 중 1967년생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월평균 임금 최대 24개월, 1968년 이후 출생자는 월평균 임금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달 각각 713명, 388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39명, 138명 더 많은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퇴사했다.
국민은행은 1967∼1972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신한은행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의 경우 1964년 이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 4급 이하 일반직·무기 계약직·RS(리테일서비스)직·관리지원계약직은 1978년 이전 출생자(근속 15년 이상)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로써 4대 시중은행에서 올해 초 희망퇴직을 통해 짐을 싼 직원이 1729명이다. 지난해 초 4대 시중은행에서 직원 1817명이 희망퇴직을 통해 떠난 것과 비교하면 88명 줄어든 것이다.
애초 4대 시중은행에서 올해 초 희망퇴직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직원이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희망퇴직 대상 연령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청자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예상보다 희망퇴직 인원도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에 대출도 어렵다 보니 특별퇴직금으로 목돈을 받아도 창업을 하기가 쉽지 않고, 당장에 재취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은행들의 희망퇴직 규모가 줄어든 것이 어느 정도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